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에 대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방통위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내년에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 도입, 중간광고 허용 등을 공식화했다. 발표 후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방통위는 당장 시행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를 공식화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업계엔 큰 충격이다.

MMS가 무엇인가. 지상파 채널에 여러 개의 디지털 채널을 전송하는 서비스로, 이를 허용할 경우 유료방송시장 붕괴는 자명한 일이다. 특히 디지털방송 전환이후 회수하려던 주파수를 고스란히 기존 지상파방송사에 다시 배치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방통위는 당초 2012년 디지털 전환에 따라 회수되는 700㎒ 황금주파대역을 통신용으로 재분배, 모바일 트래픽이 급증하는 글로벌 환경에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는 470~806㎒ 대역과 940~959㎒ 대역 등에서 모두 355㎒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가운데 디지털전환이후 700㎒ 대역을 포함한 698~806㎒ 사이의 108㎒를 회수, 경매를 통해 통신 등에 재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당초의 계획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디지털전환 이후에도 주파수를 회수하지 않고, 지상파방송사에 그대로 내어 준다는 의미다. 그것도 사실상 공짜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이 20㎒ 가량을 사용하는데 1조~2조원을 대가로 지불해왔던 것과 너무나 대별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상파방송사와 방통위의 사전 교감설을 제기한다. 양측의 사전교감이 없고서야 디지털방송 전환에 따른 주파수 회수 후 통신재분배라는 당초 계획이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지상파 4사는 방통위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16일 MMS 등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2013년까지 3년간 약 1400억원을 분담 투입해 난시청 해소 등 수신환경을 개선하고, KBS가 독자 추진해온 MMS 사업 `케이뷰(K-View)`를 지상파 방송 전체로 확대, 20여개의 채널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게 골자다. 이런 상황에 방통위가 내년 업무계획에 MMS 허용을 위한 정책을 마련키로 한 것이다.

방통위가 최근 방송통신시장의 흐름과 글로벌 환경변화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통신정책을 관장하는 각국의 부처는 주파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송통신 환경이 모바일로 급변하고, 모바일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부상한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전환 후 남는 주파수를 회수하지 않고 이미 과열된 방송시장에 그대로 남겨두겠다는 발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방통위는 혹시 지상파가 내세우고 있는 `공익의 가치'가 지상파 방송사들의 채널을 늘려주는 것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 이미 존재하는 방송채널만이라도 제대로 공익의 가치를 만들어가도록 하라.

모바일 환경변화를 간과하다 애플 아이폰의 공습에 직격탄을 맞았던 게 바로 엊그제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더 이상 방송과 통신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정책은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은 방송과 통신이 융합을 너머, 이제 일체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 해체이후 생겨난 방통위가 그나마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권한은 주파수 회수와 분배다.

국가의 자산인 주파수를 특정 방송진영에 공짜로 다시 주겠다는 발상은 접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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