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꺼내놓은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 가운데 중동 문건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 지역의 사소한 정보까지도 얼마나 수집에 골몰했는지 확인되고 있다. 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의 은밀한 파티, 팬암기 테러범 메그라히의 석방 배경,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기묘한 행태 등을 보고한 미국 외교전문을 일제히 보도했다. ◇ "율법 국가서 열리는 그들만의 비밀 파티" = `이슬람 율법의 나라` 사우디에서 정작 왕족들은 술과 마약, 매춘부들이 흘러넘치는 파티를 은밀히 즐긴다는 미국 외교전문이 공개됐다.

사우디 제다 주재 미국 영사관 공무원들은 외교전문에서 사우디 왕족 젊은이들이 비밀 파티를 열고 율법이 금지하는 갖가지 향락을 누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외교관들은 지난해 사우디 알 투나얀 가문의 한 부유한 왕자가 마련한 `할로윈`파티에는 엄격한 신분 확인을 거친 사우디 남녀 참석자 150명 이상이 자리를 채웠다고 묘사했다.

파티장의 바에는 이슬람 율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각종 술이 차고 넘쳤고, 필리핀 바텐더가 국내에서 생산된 밀주로 펀치 칵테일을 선보였다. 참석자 중 상당수는 그런 파티에서는 흔한 성매매 여성들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다고 외교관들은 밝혔다. 파티에 참석한 미국인은 그날 파티에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파티에서는 코카인과 고농축 대마수지(해시시)도 곧잘 돌려진다고 전했다. `율법 준수 감시`가 본 임무인 종교경찰들은 당시 이 같은 광경을 모른 체한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미혼 남녀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으면 안 되고 술을 마셔도 안 된다는 규율에따라 지난해 파티 중 술을 마신 남녀에게 `채찍 700대` 태형을 선고한 율법 국가 사우디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세상`인 셈이다. ◇ "리비아, 메그라히 석방 위해 英 협박" = 1년 전 리비아 출신인 팬암기 폭파범 바셋 알-메그라히의 석방과 관련, 영국 정부는 리비아의 강도 높은 협박에 시달렸다고 미국 외교관들은 보고했다.

메그라히는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미국 팬암 항공기를 폭파시켜 미국인 189명을 포함해 모두 270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8년간 스코틀랜드에서 복역했고 리비아는 줄기차게 석방을 요구했었다. 지난해 1월 작성한 외교전문에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는 리비아가 메그라히를 풀어주지 않으면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고 영국을 협박했고, 영국 정부는 자기 방위 차원에서 기존의 방침에서 급선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리비아는 영국 외교관들에게 메그라히가 교도소에서 죽으면 자국에 있는 영국의 모든 산업활동 중지, 양국관계 경색 등의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리비아 주재 영국 외교관과 시민의 안녕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는 것이다. 말기 전립선암을 앓던 메그라히는 해당 외교전문이 작성된 지 6개월이 지난 뒤 스코틀랜드 정부가 `온정적 차원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 "카다피, 아프리카에서도 인기 없어" =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정치지도자 중 하나다. 미국 외교전문들은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그동안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해 왔지만, 아프리카 일부 국가지도자들도 그를 매우 불신하고 두려워한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비니 대통령은 리비아가 자신이 탄 비행기를 공격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리비아가 다른 국가들을 매수하거나 겁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시리아, 헤즈볼라 설립자 암살에 충격" =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2년 전 자국에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사령관이 암살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외교전문은 전했다. 2008년 2월 작성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헤즈볼라를 지원해오던 시리아 정부는 당시 다마스쿠스에서 헤즈볼라의 이마드 무그니야가 차량폭탄에 희생되자 그 책임 소재를 놓고 내부에서 공방을 벌였다.

레바논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헤즈볼라는 무그니야의 죽음에 시리아가 개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무그니야의 장례식에 시리야 관리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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