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
이탈리아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의 소재는 얼핏 봐서는 한국 TV드라마에 흔한 불륜이다. 각기 배우자가 있는 두 남녀가 불 같은 사랑을 나누며 갈등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은 것은, 예기치 않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격정과 통증을 범백한 일상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까닭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에 주목, 그것이 일상의 껍질을 깨고 나올 때의 유열과 고통을 입체감 있게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알바 로르워처,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주세페 바티스통, 테레사 사포난젤로가 공연했다. 중년 여성의 자아찾기를 주제로 한 '빵과 튤립' '데이즈 앤 클라우즈'로 잘 알려진 실비오 솔디니 감독은 로맨스 영화에 흔한 팬터지에 의존하지 않고 리얼리티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애썼다. 일탈의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각자의 가정에서 돈 문제로 시달리며 모텔을 전전하고, 밀월여행 경비를 걱정하는 대목은 남루한 만큼 현실감이 높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 헬드 기법이 사용된 것도 영상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수입ㆍ배급하는 영화사 '진진'은 이번 작품이 예술성과 상업성을 겸비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온 것으로 유명한 이 영화사가 굳이 상업성을 부각시키려는 게 이례적이다. 이탈리아에서 올해 상반기에 크게 흥행했다는 점,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레이디 채털리'(감독 파스칼 페랑),'정사'(감독 파트리스 셰로)의 뒤를 잇는 에로틱 멜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금지된 사랑의 위태로운 스릴과 함께 상당히 높은 수위의 성애 장면이 있어서 대중이 쉽게 몰입할 만한 요소가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거친 호흡을 내쉬며 펼치는 베드신은 배우들이 실제 성애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솔디니 감독은 배우들의 정사 장면에서 감정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번에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썼다고 한다.
체모가 다 드러날 정도로 적나라하고 몸과 몸이 부딪치는 움직임이 농밀하게 표현되며, 그 속에서 남녀의 열망과 절망이 함께 읽힌다는 점에서 리안(李安) 감독의 '색, 계'를 연상시킨다. 뜨거운 정사를 나누는 남녀의 지향점은 다르다. 한 사람은 지난 세월을 다 버리고 이 사랑에 몰입할 각오가 돼 있지만, 또 한 사람은 아이들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괴리에서 주인공들의 불안이 자란다.
허무와 고독이 깃든 여주인공 '안나'(알라 로르워처)의 표정은, 역시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서의 장만위(張曼玉)를 연상시킨다. 영화 마지막 대목의 여운은 비감(悲感)에 가깝지만, 사랑의 열망으로 들뜰 수 있는 한 시절의 아름다움을 깊이 새기게 한다. 2일 개봉
문화일보=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이탈리아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의 소재는 얼핏 봐서는 한국 TV드라마에 흔한 불륜이다. 각기 배우자가 있는 두 남녀가 불 같은 사랑을 나누며 갈등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식상하지 않은 것은, 예기치 않은 사랑에 빠진 남녀의 격정과 통증을 범백한 일상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까닭이다. 무엇보다 여성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욕망에 주목, 그것이 일상의 껍질을 깨고 나올 때의 유열과 고통을 입체감 있게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이탈리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알바 로르워처,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주세페 바티스통, 테레사 사포난젤로가 공연했다. 중년 여성의 자아찾기를 주제로 한 '빵과 튤립' '데이즈 앤 클라우즈'로 잘 알려진 실비오 솔디니 감독은 로맨스 영화에 흔한 팬터지에 의존하지 않고 리얼리티를 충실히 살리기 위해 애썼다. 일탈의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각자의 가정에서 돈 문제로 시달리며 모텔을 전전하고, 밀월여행 경비를 걱정하는 대목은 남루한 만큼 현실감이 높다. 카메라를 들고 찍는 핸드 헬드 기법이 사용된 것도 영상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수입ㆍ배급하는 영화사 '진진'은 이번 작품이 예술성과 상업성을 겸비했다며 홍보하고 있다.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온 것으로 유명한 이 영화사가 굳이 상업성을 부각시키려는 게 이례적이다. 이탈리아에서 올해 상반기에 크게 흥행했다는 점,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레이디 채털리'(감독 파스칼 페랑),'정사'(감독 파트리스 셰로)의 뒤를 잇는 에로틱 멜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금지된 사랑의 위태로운 스릴과 함께 상당히 높은 수위의 성애 장면이 있어서 대중이 쉽게 몰입할 만한 요소가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가 거친 호흡을 내쉬며 펼치는 베드신은 배우들이 실제 성애를 나누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솔디니 감독은 배우들의 정사 장면에서 감정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번에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을 썼다고 한다.
허무와 고독이 깃든 여주인공 '안나'(알라 로르워처)의 표정은, 역시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룬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에서의 장만위(張曼玉)를 연상시킨다. 영화 마지막 대목의 여운은 비감(悲感)에 가깝지만, 사랑의 열망으로 들뜰 수 있는 한 시절의 아름다움을 깊이 새기게 한다. 2일 개봉
문화일보=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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