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옥진 지식산업부 기자
"유례없는 세계 금융위기와 반도체 경기침체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올해 사상 최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주름살이 좀 펴지는 것 같습니다."
제3회 반도체의 날 행사가 열린 29일 저녁 여의도 63빌딩 내 행사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실적을 일궈낸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간 축하와 격려의 말들이 오갔다.
실로 전례 없이 글로벌 시장 경기가 위축되고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위기를 뚫고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계가 가꾼 성과는 놀랍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6.1%에서 지난 2분기 49.6%로 상승했고 반도체 수출액 역시 2009년 310억달러에서 올해 516억달러로 훌쩍 뛰어넘을 것이 전망되고 있다.
수요대기업과 중소 협력사가 동반성장을 약속하는 협약식도 진행됐다.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전세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의의를 뒀다면, 이제는 '진정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산업 역군들이 서로 격려하고 기쁨을 나누는 현장에서 기자는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일부 생산라인 노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유해 작업환경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날 행사장 앞에서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반도체의 날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잇따른 암ㆍ백혈병 판정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작업 환경의 유해성에 대한 의혹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올해 거둔 높은 반도체 산업 성과에는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들의 땀이 섞여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강조된 이번 행사에서 회사와 노동자간 동반자적 관계에 대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산라인의 유해성 의혹에 대해 묻자 삼성전자 한 고위 관계자는 "팩트는 하나"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공개했고, 작업환경에 문제가 없음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증명받았는데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진실을 보고서도 믿지 않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좋은 날, 민감하고 아픈 상처를 꺼내고 싶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는 숨길수록 덧나고 곪는다. 통풍이 잘 되도록 환부를 드러내놓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축하와 기쁨을 나눈 500여명의 수십배, 수백배에 이르는 생산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아직도 불안한 마음으로 생계에 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배옥진기자 withok@
"유례없는 세계 금융위기와 반도체 경기침체에도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올해 사상 최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주름살이 좀 펴지는 것 같습니다."
제3회 반도체의 날 행사가 열린 29일 저녁 여의도 63빌딩 내 행사장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넘쳤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실적을 일궈낸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간 축하와 격려의 말들이 오갔다.
실로 전례 없이 글로벌 시장 경기가 위축되고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위기를 뚫고 올해 국내 반도체 산업계가 가꾼 성과는 놀랍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2009년 46.1%에서 지난 2분기 49.6%로 상승했고 반도체 수출액 역시 2009년 310억달러에서 올해 516억달러로 훌쩍 뛰어넘을 것이 전망되고 있다.
수요대기업과 중소 협력사가 동반성장을 약속하는 협약식도 진행됐다. 그동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전세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데 의의를 뒀다면, 이제는 '진정한 성장'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공고히 한 것이다.
이 날 행사장 앞에서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반도체의 날 규탄 집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잇따른 암ㆍ백혈병 판정으로 수면위에 떠오른 작업 환경의 유해성에 대한 의혹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올해 거둔 높은 반도체 산업 성과에는 반도체 생산직 노동자들의 땀이 섞여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이 강조된 이번 행사에서 회사와 노동자간 동반자적 관계에 대한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생산라인의 유해성 의혹에 대해 묻자 삼성전자 한 고위 관계자는 "팩트는 하나"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생산라인을 공개했고, 작업환경에 문제가 없음을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증명받았는데 계속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진실을 보고서도 믿지 않는 것"이라며 답답해했다. 좋은 날, 민감하고 아픈 상처를 꺼내고 싶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상처는 숨길수록 덧나고 곪는다. 통풍이 잘 되도록 환부를 드러내놓고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축하와 기쁨을 나눈 500여명의 수십배, 수백배에 이르는 생산직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아직도 불안한 마음으로 생계에 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배옥진기자 with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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