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국새(國璽)가 탄생한 지 불과 2년 7개월 만에 폐기될 운명에 놓였다. 행정안전부가 제작 과정 등을 둘러싸고 각종 추문이 끊이지 않은 4대 국새가 나라의 도장으로서 권위를 상실했다고 판단하고 5대 국새를 제작하는 쪽으로 내부 의 견을 모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개정 공포문 전문과 대통령 명의의 비준서 등 외교문서, 훈ㆍ포장증, 대통령이 임용하는 5급 이상 국가공무원 임용장 등에 사용되는 국새의 정통성에 중대한 하자가 생긴 만큼 국새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게 행안부의 중론이다.

행안부는 연간 약 2만 회 날인될 정도로 많이 쓰이는 국새 제작을 위해 전통방식 대신에 현대식 첨단재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5대 국새 제작에 무게 = 4대 국새 제작단 내부에서 촉발된 논란은 민홍규 제작단장의 사기 및 횡령, 로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로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상태다.

이 때문에 행안부에서는 품질 자체에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에게 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추문에 휘말린 국새를 계속 쓸 수는 없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행안부가 일찌감치 4대 국새를 폐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대안을 모색한 것은 같은 맥락에서 수긍이 가는 조치다.

균열이 간 3대 국새를 보강해서 사용하는 방안과 새로운 5대 국새를 만드는 방안을 놓고 내부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사용하지 않기로 한 3대 국새를 다시 쓰는 것도 여러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5대 국새를 제작하는 쪽으로 의견이 집약된 것으로 전해졌다.

◇ 5대 국새 형태는 = 전통제작 방식이 허위로 판명 난 마당에 과연 5대 국새는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다.

행안부는 14일 새로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오전 11시 첫 회의를 열고 국새 운영 방안을 논의했으나 대체적인 제작 방향만 잡은 채 결론은 내지 않은 상태다. 경찰 수사를 통해 민홍규씨가 주장한 전통적인 국새 제작기법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차세대 국새는 현대식으로 만든다는데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또, 제작이 힘든 금 재료를 사용하는 방식에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안으로 첨단재료를 활용한 현대식이 제시됐다.

제4대 국새 제작자문위원을 지냈고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조창용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보유한 첨단 과학 기술력을 활용해티타늄 합금 등 최신 재료로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타늄 합금은 금보다 가격이 싸고 가벼우면서도 재질이 단단하고 금빛이 나도 록 처리할 수 있어 새로운 국새 재료로 손색이 없다는 게 조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새로운 국새 제작 방식은 전문가 자문과 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국민 여론을 수렴한 이후 최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국새 운영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결국 마지막 결정은 국민이 내리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5대 국새 완성 전까지는 3대 국새 사용할 듯 = 5대 국새를 제작하기 전까지 어떤 것을 나라의 도장으로 활용하느냐도 관심거리다. 행안부는 경기도 성남시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3대 국새를 보강해 5대 국새 제작전까지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대 국새는 1999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제작됐으나 2005년 균열이 발견돼 2008년 2월 4대 국새로 교체됐다.

일각에서는 3대 국새도 내부 균열이 간 상태여서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설계상 오류로 미세한 금이 생긴 것일 뿐, 보강 작업을 하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유력하다.

조창용 연구원은 "3대 국새를 분석한 결과 국새 속이 비어 있어 사용할 때마다 압력이 가해져 균열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지대를 설치하는 등 설계상 문제를 해결하면 국새로 다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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