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정비사업 회계처리에 뚜렷한 `공통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감사를 두고 결산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고는 있지만 회계 계정과목이나 회계처리방식, 보고재무제표 등은 통일돼 있지 않다. `복마전`으로 불릴만한 원인을 제공해온 셈이다.

사업 진행의 실체 파악은 물론 다른 사업과의 비교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임석식ㆍ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와 우용상 가톨릭대 교수에 의뢰한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조합 회계처리기준`에 대한 연구결과보고서를 통해 9일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정비사업조합 회계처리기준에 대해서는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다"면서 "이에 따라 조합마다 다양하게 회계처리를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관련 규정이 언급된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에서도 `기업회계의 원칙에 따르되 조합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별도의 회계규정을 정하여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고무줄 회계`가 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이에 따라 조합이 사업진행 상황이나 입주부담금, 추가 부담금의 계산내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을 해야 하는 조합원들은 물론 공사대금과 분양대금의 정확한 산출이 필요한 시공사도 애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업의 단계마다 행정인가를 해야 하는 행정당국이나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하는 세무당국조차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영한 교수는 "공통된 회계처리 기준이 없다 보니 사업조합이나 임원들이 사업진행과정에서 미흡한 점이나 숨기고 싶은 부분을 누락시키고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시킨 결산서를 공시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럴 경우 조합과 조합원 간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되기 마련이다. 연구보고서는 이처럼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조합관련 회계기준이 뚜렷하게 정립돼 있지 않은 것은 이들 사업조합의 법인격이 기업이나 일반 법인과는 다른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들 사업조합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목표를 달성하면 해산될 뿐 아니라 공공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과 건축물과 토지를 출자해 사적 영리를 추구하는 영리법인의 성격을 동시에 띠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는 것.

보고서는 그러나 이들 조합이야말로 이해관계자가 많고 사업과 운영비 예산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회계투명성이 높게 요구되는 분야라면서 통일된 회계처리기준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이 교수는 "회계처리기준이 마련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통일된 기준이 있으면 회계감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물론 조합내 분쟁이나 갈등의 발생 가능성도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팀이 지난 3월 재건축ㆍ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의 임원과 조합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발송해 65명으로부터 회수한 결과, 98.5%가 `통일된 회계처리기준이 필요하다`, 87.7%가 `외부회계감사가 필요하다`고 각각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조합 운영과 관련한 관심사로는 `자금 수입과 지출내역`,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됐는지 여부`, `이익 발생 규모`, `조합의 재정상태` 등 순으로 꼽았고, 결산서에는 `조합 차입금, 분양수입과 사업비 지출내역`, `조합의 개발 이익` 등의 회계정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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