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때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던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미국의 저명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모토로라 등의 예를 들면서 흥망성쇠를 경험하였던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한 때의 성공에 안주하여 위기를 부정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일종의 자만심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국가 등 어느 조직에도 적용될 수 있는 규범이라 하겠다. 성공은 몰락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이 세상에 태어나 일정한 흥망성쇠를 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영속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기술이 시장에 확산되어 가는 패턴을 분석하여 전략적인 접근을 취한다. 소위 바스의 확산곡선(Bass Diffusion Curve)에 의하면 임계규모(critical mass)는 시장 확산의 중요한 고비를 형성한다. 임계규모 이전과 이후는 상이한 특징을 지닌다. 이전에는 혁신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후에는 모방자의 역할이 중요하여, 일단 임계규모가 형성되면 임계규모 자체가 스스로 동력이 되어 또 다른 사용자(모방자)를 창출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임계규모에 도달하기만 하면 시장에서의 확산은 보장되어 성공을 구가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이 임계규모를 가능한 빠른 기간 내에 도달하도록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 그리고 일단 임계규모를 달성하게 되면 노력을 소홀하게 되고 자만의 유혹에 빠진다. 원금을 키우기 보다는 이자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임계규모 이후 쇠퇴의 씨앗이 잉태되므로 정작 시작해야 할 단계는 이때부터 임에도 불구하고.
흥망성쇠의 운명은 공성신퇴(功成身退)의 도(道)를 떠올리게 한다. 공을 세워 이룬 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얘기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저 머무르지 않기에, 이로써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공을 이루었다고 보상을 바라거나 또 보상을 바라고 공을 이루려 할 때 이미 그것은 더 이상 공이 아니다. 그리고 영원한 공은 없기에 이 또한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뒤로 물러나라고 해서 후퇴하라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삼가 하여 뒤를 돌아보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항상 위기를 대비하여 관리하고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경영 방식으로 응용된다. 공성신퇴의 도는 동양 고전에 관통하는 가르침으로 음양오행의 운행 원리를 다룬 주역에서도 물극즉반(物極則反)이라 하여 '어떤 사물이든 그 끝에 이르면 반전함'을 얘기하고 있다.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양이 극에 달하면 음으로 변한다.
서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르침이 있다. 유대신비주의에 짐줌(Zimzum)이라는 얘기가 있다. '오그라듦', '물러섬'의 뜻으로 태초에 신이 만물을 창조할 때 물러나 피조물이 스스로 생명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들이 들어갈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기 안에 오그려 넣는다. 전체의 영생을 위한 개체의 희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만물 생성의 근본 원리라 할 수 있다. 채움 뒤에 비움이, 말 뒤에 침묵이 있듯이. 생명과 물질의 경계에 있는 물처럼 자기희생을 통해 전체를 이롭게 하며, 이질적인 것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여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원리와 상통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부침과 흥망성쇠가 더 빈번하고 예측이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근본정신보다는 형식에 치중하기 쉬운 사회에서 공성신퇴와 짐줌은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 때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던 기업들이 갑자기 몰락하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자주 접한다. 미국의 저명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모토로라 등의 예를 들면서 흥망성쇠를 경험하였던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한 때의 성공에 안주하여 위기를 부정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일종의 자만심이 화를 불러온 것이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국가 등 어느 조직에도 적용될 수 있는 규범이라 하겠다. 성공은 몰락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이 세상에 태어나 일정한 흥망성쇠를 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영속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기술이 시장에 확산되어 가는 패턴을 분석하여 전략적인 접근을 취한다. 소위 바스의 확산곡선(Bass Diffusion Curve)에 의하면 임계규모(critical mass)는 시장 확산의 중요한 고비를 형성한다. 임계규모 이전과 이후는 상이한 특징을 지닌다. 이전에는 혁신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후에는 모방자의 역할이 중요하여, 일단 임계규모가 형성되면 임계규모 자체가 스스로 동력이 되어 또 다른 사용자(모방자)를 창출하게 된다. 다시 말해 임계규모에 도달하기만 하면 시장에서의 확산은 보장되어 성공을 구가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기업들은 자신의 제품이 임계규모를 가능한 빠른 기간 내에 도달하도록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다. 그리고 일단 임계규모를 달성하게 되면 노력을 소홀하게 되고 자만의 유혹에 빠진다. 원금을 키우기 보다는 이자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임계규모 이후 쇠퇴의 씨앗이 잉태되므로 정작 시작해야 할 단계는 이때부터 임에도 불구하고.
흥망성쇠의 운명은 공성신퇴(功成身退)의 도(道)를 떠올리게 한다. 공을 세워 이룬 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얘기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저 머무르지 않기에, 이로써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공을 이루었다고 보상을 바라거나 또 보상을 바라고 공을 이루려 할 때 이미 그것은 더 이상 공이 아니다. 그리고 영원한 공은 없기에 이 또한 경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뒤로 물러나라고 해서 후퇴하라는 얘기가 아닐 것이다. 스스로 삼가 하여 뒤를 돌아보고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라는 적극적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으로 치면 항상 위기를 대비하여 관리하고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경영 방식으로 응용된다. 공성신퇴의 도는 동양 고전에 관통하는 가르침으로 음양오행의 운행 원리를 다룬 주역에서도 물극즉반(物極則反)이라 하여 '어떤 사물이든 그 끝에 이르면 반전함'을 얘기하고 있다. 음이 극에 달하면 양으로, 양이 극에 달하면 음으로 변한다.
서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가르침이 있다. 유대신비주의에 짐줌(Zimzum)이라는 얘기가 있다. '오그라듦', '물러섬'의 뜻으로 태초에 신이 만물을 창조할 때 물러나 피조물이 스스로 생명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었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들이 들어갈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스스로를 자기 안에 오그려 넣는다. 전체의 영생을 위한 개체의 희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만물 생성의 근본 원리라 할 수 있다. 채움 뒤에 비움이, 말 뒤에 침묵이 있듯이. 생명과 물질의 경계에 있는 물처럼 자기희생을 통해 전체를 이롭게 하며, 이질적인 것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여 생명현상을 일으키는 원리와 상통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부침과 흥망성쇠가 더 빈번하고 예측이 어려운 사회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근본정신보다는 형식에 치중하기 쉬운 사회에서 공성신퇴와 짐줌은 이렇게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 곁에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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