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일본은 모순으로 가득 찬 나라인가. 전후 일본 사회를 연구해 온 일본현대사 학자인 저자는 일본을 작은 나라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큰 나라, 평화헌법으로 무장한 군사대국, 피해자 심리에 빠진 기묘한 가해자의 심리를 가진 나라라고 해석한다.

이 책은 모순적이고 이중적으로 보이기만 하는 일본 사회의 표면을 걷어내고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일본의 집단 무의식이 표출된 사건들, 현상들, 일화들을 소재로 삼아 그려낸 일본 정신의 단면도이며 일본 사회의 해부를 시도했다.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아는 것은 필수다. 패전 후 1946년에 공포된 '평화헌법'으로 일본은 전쟁과 군대가 없는 '현실적' 평화를 얻었다. 그리고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역으로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나자 일본은 자신들이 군사 외교적으로 무방비 상태이며 언젠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거나 한반도 분쟁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이 헌법으로 정식 군대를 가질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세계 2위의 군사력인 자위대를 가진 나라를 만들었다.

일본인들의 역사인식은 이중적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이중성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가 이중적 속성을 가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난징 대학살과 을사병합 등 주변국들을 침략하고 수탈한 역사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수 십만명이 사망하고 패전국의 멍에를 쓰는 아픔을 동시에 겪었다.

지난 10일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가 한국인들에게 과거 식민 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하지만 강제 병합의 불법성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같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비판을 받은 것은 일본 국민들의 심리 속에 자리 잡은 피해자 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일본은 주변국가들과의 마찰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이 지닌 모순의 심리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반성과 인정이 최우선이다. 자신들이 아팠던 만큼 다른 주변국가들도 아팠음을 인지하고, 보다 근본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길이야말로 일본이 국제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권혁태 지음/교양사 펴냄/492쪽/1만9800원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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