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우려했던 더블딥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의 소리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는 금리 인상 등의 출구 전략을 유보하고 다시 경기부양에 나설 뜻을 밝혔다.

문제는 FRB 의장인 벤 버냉키(Ben Bernanke)를 비롯한 유명 경제학자들이 최근의 금융위기 원인과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기의 원인 분석에는 소홀하고 현재의 불황 탈출을 위해 전통적인 케인지안 정책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재정 지출 증가와 저금리 정책을 통한 확장적 총수요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에 비춰보면 이는 미국 경제를 더욱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 갈 것이다.

미국, 일본, 독일은 1985년 뉴욕시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달러 강세로 무역수지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을 돕기 위해 달러를 약세로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그 이후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에서 풀려나게 되었으나 일본은 엔고로 수출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했다. 문제는 저금리 정책에 따라 풀린 통화가 거품을 만들었고 1991년 이 거품이 터지면서 불황이 찾아들었다.

일본 경제가 미국 경제에 시사하는 점은 1991년 이후 불황을 극복하려는 일본의 정책적 결과이다. 일본은 불황 탈출을 위해 재정을 풀었고 별다른 효과가 없자 다시 금리를 낮추는 등, 이른바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하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부문의 공급은 늘었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는 큰 괴리가 있고, 저금리 정책으로 돈이 풀려 나갔지만 거품 붕괴와 함께 부실 채권을 안게 된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 수요 주체들에게 돈이 풀려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불황 타개를 위한 케인지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저금리 정책에 따른 저축과 투자 간에 생긴 양적 괴리와 이들이 이뤄지는 시점 간 괴리가 불황 지속의 가장 큰 이유인데, 이는 최근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 크루그만(Paul Krugman)을 비롯한 케인지안들은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약하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을 닮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미국경제가 둔화세를 보이자 다시 경기 부양책으로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을 간과한 처방책일 뿐이다. 즉 FRB의 저금리 정책에서 빚어진 원인을 간과하고 다시 저금리 정책과 재정 지출 증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유발했던 미국 경제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저금리 정책으로 빚어진 소비와 투자, 그리고 저축 간의 관계가 소비자 선호에 맞게 조정되도록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시간선호(time preference)에 맞춰 이들 변수가 시장에서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고 불황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저금리 정책에 따른 확장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계속한다면 미국 경제는 더욱 수렁에 빠질 것이다. 미국은 1991년 거품 이후의 일본 경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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