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푸순(撫順)현라구(拉古)향에서 추락한 북한 국적의 미그(MIG)-21 전투기는 왜 중국 영공을 침범했을까.

중국 공군은 왜 이 전투기가 중국 상공을 헤집고 다니도록 내버려둔 것일까.
중국과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투기가 중국으로 `침투`한 배경과 중국의 대응을 두고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설득력을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

◇항법장치 고장이나 조종 미숙 가능성

단순한 항법 장치 고장이나 조종 미숙으로 중국 영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숨진 조종사는 계급장을 달지 않아 중국 당국이 정확한 계급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양(瀋陽)의 외교가에서는 숨진 조종사의 직급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가 비교적 젊은 축에 든다는 얘기다.

베테랑 조종사라면 항법 장치 등이 고장났더라도 직감적인 판단이나 노하우가 있어 월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갓 군사학교를 졸업, 정식으로 편대에 소속되지 않은 초보 조종사였다면판단 미숙 등으로 인해 의도와는 달리 중국 영공을 넘어섰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미그 21기의 최대속도가 마하 2.05의 초음속 전투기로 북한 접경에서 사고가 난 푸순까지 도달하는 데는 5-6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북한의 주력기이긴 하지만 미그 21기 역시 노후한 전투기로, 경력이 낮은 조종사들도 훈련때 사용한다는 점에서 숨진 조종사의 조종 미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전개되는 한국과 미국의 합동 군사훈련에 대응해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군사훈련을 하던 도중 조종 미숙으로 중국으로 넘어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 레이더망이 영내에 침입한 북한 전투기를 포착하지 못했을리 없다는 전제 아래 이를 지켜봤던 이유는 그럴만한 충분한 사유, 즉 당시 합동 군사훈련을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과 중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한 전례가 없고 우리 레이더망에도 이런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탈북 뒤 정치적 망명 가능성

러시아나 한국으로 가기 위해 훈련 대열에서 이탈했을 가능성이 크고 중국에 도 착한 뒤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미그 21 전투기를 비행할 정도의 조종사라면 항법 장치 고장이나 조종 미숙으로 중국 영토 깊숙이 들어올 리 없다"며 "한국이나 러시아로 탈출하려 했거나 중국에 도착해 정치적 망명을 시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과 일본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 전투기가 통상 30분 비행 분량의 연료만 채워 운항하기 때문에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하고, 따라서 한국이나 러시아로의 탈북 가능성을 작게 보고 있지만 모든 북한의 전투기가 연료를 적게 채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설령 연료가 충분치는 않더라도 러시아나 한국으로 가는데 30분 안팎이면 충분하고 중국에 도착한 뒤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한국으로 망명하기 전 중국에 도착했던 전례를 소개하면서 "중국은 검거된 탈북자들에 대해 북한으로 송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만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망명을 신청했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는 중국도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강제적 북한 송환이 어렵고 국제법에 따라 망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中 방공망 뚫렸나 용인했나

중국 영토 깊숙이 북한의 전투기가 들어왔던 것을 두고 중국의 누리꾼이나 군사전문가들은 "방공망이 뚫렸다"며 중국의 대공망에 허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고 전투기가 저공 비행으로 중국 영내에 들어선 것을 중국의 방공망이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국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의 레이더망에 이 전투기가 이륙 직후 포착된 점으로 미뤄 중국 방공 시스템이 이 전투기를 놓쳤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중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중국 방공망이 이 전투기를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이 전투기의 행방을 지켜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 접경 지역인 압록강 일대에서 훈련하는 북한과 중국의 전투기들은 상대국 영공을 넘어서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압록강을 넘어온 이 전투기가 곧 회항할 것으로 판단,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주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전투기가 항법 장치 고장이나 조종 미숙으로 중국 영내에 들어온 뒤 구조 신호를 보내 중국의 공군이 안전 착륙을 유도하던 과정에서 기계 결함으로 인해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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