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최근 LG화학 연구원들이 동종 미국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막는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 국내 대기업이 이미 퇴직한 핵심 인력의 외국 경쟁사에 이직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퇴사일로부터 1년에서 1년6개월 동안 외국계 경쟁사로 이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직하려는 나라가 대통령이 공공연히 전기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이고, 비록 이직한 회사의 개발 대상이 LG화학과는 다른 종류의 배터리라고 하더라도 포드, GM 등에 공급을 놓고 과거 경쟁관계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2차전지가 국가가 육성하는 대표적 핵심기술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정서는 법원의 결정에 손을 들어주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때, 국가와 회사, 그리고 개인의 가치라는 상반될 수 있는 이익 충돌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래가 지식사회가 되고, 지식의 창출에 있어서 개인의 기여도가 점차 중요해지는 환경에서 더욱 그러하다.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1년 내지 1년 6개월의 전직 금지는 가혹하게 보인다.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이 기간 동안 동종 업계로 가지 못하는 경우, 개인이 가지는 정보 및 기술의 가치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개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동종 업계로 이직을 금지하는 고용계약서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직 금지를 인정하는 다른 주의 경우에도, '합리적인' 금지 기간을 권고한다. 보통 6개월 정도를 인정한다. 고용 계약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개인은 회사에 비해서 약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않는 경우, 개인에게 불리한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피고용인이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이 개인의 것이라기 보다 회사의 자산이다. 회사의 연구개발 투자비용에 의해서 개발된 기술이므로 개인을 위해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회사나 개인의 기술이 되도록 국가에 남아있기를 바란다. '국가 핵심기술 유출방지법'이 이러한 논리에 기초한다. 국가 핵심기술을 정해두고, 회사나 개인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에 제한을 가하고 있다.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제조시설이나 R&D시설을 외국으로 이전하고자 한다. 회사의 영업이 잘 되어야 나라가 부강해진다는 논리 때문에 대부분 회사의 손을 들어준다. 더욱이, 주식시장이 이미 글로벌화되어 있고 국내 국외 기업이라는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한을 가하는 것이 점점 어렵다.

캘리포니아의 기술자 가치는 '전직'에 의해서 높아진다. 다른 회사로 가면서 연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엔지니어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개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의사도 그러하고, 법조인도 그러하고, 운동선수도 그렇다. 따라서 동종 업계가 국내, 국외에 많아지고, 이직가능성이 높아질 때, 한국의 기술자들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다.

국가의 가치가 '사람, 기술, 시장, 그리고 돈'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시장과 자금은 이미 국가간 장벽이 없다. 따라서 시장과 금융의 가치는 마음대로 높아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 사람과 기술도 회사간 국가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기술자의 가치는 한껏 올라갈 것이다.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자의 가치는 저평가되어 있다. 국가의 핵심기술의 보호와 개인의 가치가 상충하는 최근 예에서, 개인을 속죄양을 삼는 것 보다 회사의 기술도 보호하는 동시에 기술자의 가치를 올리는 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허에 대한 충분한 보상, 매니저와 다른 기술자 래더의 도입, 기술 마스터 제도의 도입, 이직에 대한 합리적인 기간 설정 등 회사나 국가가 미리 노력하는 것이 갈륨 나이트라이드 LED를 개발한 기술자를 미국으로 뺏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긴 안목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