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구축 논란도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구축한 재해복구(DR)시스템이 전산장애 시에는 무용지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금융회사 IT관계자들은 전산장애가 발생됐을 때 DR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발생된 국민은행 전산장애 사고를 비롯해 지난 몇 년간 은행, 증권회사에서 수많은 전산장애가 발생해 금융거래가 길게는 2시간 넘게 중단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금융회사들은 DR시스템을 단 한번도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DR시스템을 가동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장애 복구를 통해 금융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이 DR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DR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현재 장애가 발생된 시스템과 동일한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작업을 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장애로 인한 금융거래 중단이 반나절이나 하루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DR시스템을 가동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DR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DR시스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은 수십, 수백억원을 투입해 DR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모의훈련도 실시하지만, 모든 훈련이 실제 상황이 아닌 정해진 상황에서 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장애에 대한 대처는 어렵다.

다른 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산 장애가 발생했을 때 DR시스템을 가동하게 될 경우 자칫 잘못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면서 "이걸 아는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쉽게 DR시스템 가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감독당국도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라 DR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형식적인 시스템 구축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 IT컨설팅업체 대표는 "금융회사들은 언제 발생될 지 모를 재해만을 위해 값비싼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테스트 시스템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의 현실성 없는 감독으로 하드웨어 업체 매출만 높여주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재환 금융감독원 IT서비스실 부국장은 "DR시스템은 재해 상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면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전자금융감독 규정에 따라 DR시스템을 구축하고 비상 상황 시 실제 운영이 가능하도록 매뉴얼에 따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부국장은 "다음 주중으로 금융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모인 자리에서 전산장애에 대한 대책 마련을 당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07년 6월부터 2010년 6월까지 3년간 발생된 금융회사의 전산장애는 대부분이 데이터베이스(DB) 문제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버 및 스토리지 장비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된 전산장애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체계적인 DB와 장비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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