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학생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키우도록 만들고자 정책과 제도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고, 특히 영재 발굴을 위한 일환으로 특수학교의 설립 및 지원 등 다방면의 교육 개혁에 힘을 쏟아왔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외국 명문대 합격 소식이라든지 수학 올림피아드와 같은 세계적인 과학대회에서 우리 중ㆍ고등학생들이 숱한 수상 소식을 전해오는 것을 보면 영재 발굴을 위한 교육 변화의 실효성이 이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인텔 국제과학경진대회(이하 ISEF)에서 한국 학생들의 수상 소식을 들으며 우리 학생들의 선전에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이번 ISEF에서도 4명의 한국 학생들이 수상의 쾌거를 올렸다. 창덕여고 주계현 학생, 홈스쿨 프로그램의 허준석 군, 담양고 최현아ㆍ신수빈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창덕여고 주계현 학생은 이 대회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부들솜의 환경친화적 활용방안'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로 금메달과 같은 '최고부문상'을 수상하며 세계 인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상은 전 세계 참가자 1600여 명 중 19명에게만 주어졌고 주계현 학생은 아시아지역 참가자로는 유일하게 단상에 올랐다.

이렇게 우리 젊은 과학자들이 세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에게 그들의 노력에 걸 맞는 눈부신 미래를 약속해 줄 수 없는 현실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우수한 과학 영재들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이공계 기피 현상이 있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 영재는 많지만 과학자는 부족하다.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미래 과학자들에게 꿈의 실현과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회적 대우가 한국 과학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망설이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과학 기술에 재능 있는 학생들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기여하기 보다는 법률가나 의료계 쪽으로 진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국내 과학기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위치나 대우가 미흡하며 학생들에게 성공에 대한 확신이나 안정된 지위를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점은 이러한 현상이 우수 인력 배출을 막아 장기적으로 국가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기업들은 이미 과학기술계 종사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들에게 기대에 적합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 IBM은 고온초전도체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시에 공인자격증을 주어 최고의 명예를 누리게 했다. 이런 제도를 바탕으로 IBM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 한 바 있다. 인텔의 경우에도 과학 기술면에 재능 있는 직원을 최고 전문가인 팰로우로 대우해 충분한 보상과 원하는 연구 여건을 만들어 줄뿐만 아니라 '록스타(Rock Star)'로 칭해 회사의 영웅으로 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과학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해 그들에게 실적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명예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과학기술 인재 우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있었다. 중국 미사일 연구와 우주개발의 선구자로 꼽히는 과학자 첸쉐썬 박사가 지난해 서거하자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총 출동하고 13억 명 국민들이 그를 애도한 일은 한국의 과학기술 종사자들에게 부러운 마음을 느끼게 한다.

최근 나로호 발사의 실패를 통해 우리는 자력으로 만든 기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우주로 닿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추진력은 과학 인재의 양성이다. 한국에서도 과학기술자로서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고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그들의 꿈에 동참하는 우리의 인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기반이 바탕이 된다면 한국 과학계에서도 '김연아'같은 슈퍼스타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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