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전 스릴러 영화 방불… 유죄 인정땐 최고 징역 5년형
냉전시대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스파이 사건이 미국과 러시아 간에 불거졌다. 지난해 핵무기감축협정(START)을 통해 군사관계를 재설정하고, 올해 경제적 협력관계까지 맺은 미ㆍ러간 해빙무드는 이번 사태로 당분간 또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 법무부는 28일 러시아 정보요원 10명을 미국에서 불법적인 첩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미 언론들이 10명이라고 보도했지만,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체포한 스파이는 모두 11명이라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27일 뉴욕과 보스턴 등지에서 거주하는 리처드 머피, 비키 펠라에즈 등 8명을 미국에서 장기간 위장 비밀공작을 해온 혐의로 체포했다.

이어 28일 버지니아주에 사는 미하일 세멘코와 패르리샤 밀스 등 2명을 붙잡았다. 이들 2명은 미국에서 러시아의 정보프로그램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는 이들의 스파이 활동을 포착하고 오랜 기간 추적수사를 벌여왔으며,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정보본부가 리처드 머피 등에게 보낸 메시지를 확보한 뒤 전격 체포했다.

FBI가 확보한 지령 메시지에는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 기업 등 미국 내 유력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돈독히 하라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이들의 활동을 `불법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첩보활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BI가 뉴욕 맨해튼 연방지법에 제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미국 내에서 벌인 활동은 한편의 첩보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주로 2인 1조로 움직인 이들은 비밀리에 활동하기 위해 미국에서 결혼한 부부처럼 행세했다. 심지어 신분 위장용으로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첩보영화에서 흔히 보듯이 계단에서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서로 바꿔치기 한다거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암호와 글을 주고받았다. 시골의 땅속에 수년간 돈을 묻어두고 활동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요원들은 옛 소련의 국가안보위원회(KGB) 후신인 `러시아해외정보국(SVR) 소속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연방이 무너진 후 KGB를 SVR와 연방정보국(FSB) 등 두 개의 기관으로 분리했다.

SVR 요원들은 다른 나라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대량파괴 핵무기 감시, 대테러활동, 마약거래단속, 국제범죄단 감시, 불법무기거래감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이들은 최고 징역 5년형을 받게 된다. 미 연방법은 개인이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 정부를 위한 에이전트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10명 중 9명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돈세탁 혐의도 받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문화일보=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