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가치가 날개를 잃은 듯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화는 19일 오전 1.2141달러대까지 떨어져 2006년 4월 이후 4년여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과 국내 외환 전문가들은 유로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유럽 재정 위기 문제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유로화의 급락은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키우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對) 유럽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탄탄한 회복세를 지속해온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계IB, 유로 환율 잇단 하향 조정

1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13개 투자은행이 이달 중 내놓은 유로화 환율 평균 전망치는 향후 3개월 1.2776달러, 6개월 1.2792달러, 9개월 1.2664달러, 12개월은 1.2238달러로 집계됐다. JP모건은 지난 14일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이 앞으로 1년 내 1.18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JP모건은 지난해 말에는 유로화가 1.5달러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UBS(1.15달러), 골드만삭스(1.35달러), 모건스탠리(1.28달러), 바클레이즈(1.25달러) 등도 유로화 약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한 유로화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최대 7천500억 유로 규모의 안정기금을 조성키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내놓은 긴축정책들이 오히려 유럽 국가 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시스템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다시하락 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전날 독일 정부가 19일 자정부터 10개의 주요 금융기관 주식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에 대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유로화 폭락을 부추겼다. 유럽은행들이 그만큼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조치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유로화 재정문제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에서,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산에서 유로화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해온 점도 유로화 하락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독일의 공매도 금지 조치등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유로화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회복세에는 제한적 영향

유로화 가치 급락은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한국 경제의 튼튼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동향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유럽발 위기로 시장 심리가 취약하다 보니 작은 악재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인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흥국 통화 가운데 거래가 비교적 활성화된 원화가 유로화급락 등 대외 충격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외환 익스포져(위험노출)를 관리하기가 어렵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에대한 위험도도 높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유로화 폭락은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이어지고,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불러오고 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연일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수출 전선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대유럽 비중은 10% 선으로 급격한 유로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줄어들고 한국산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수출 증가세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12% 평가절하되면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이 4~5%, 무역수지는 0.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특히 유로화 평가 절하에 따른 충격은 미국, 중국, 일본 등 비교 대상 5개국 중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줄이는 효과가 큰 것으로 KIEP는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세계가 글로벌 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유로화 약세 추세가 지속적이기보다는 남유럽발 충격이 진정되면서 유로화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남유럽발 충격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계속되기보다는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본다"면서 "물론 유럽 지역 수출에 어느 정도 영향은 예상되지만 이는 제한적이며 국내의 경우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기 때문에 유로화 약세 영향 또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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