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지난 한달 간 국내에서 공연된 '애플 아이패드' 연극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었다. 무료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구성, 등장 인물의 연기력, 해학, 극적인 전개 과정, 그리고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공연 주제는 재미를 넘어 교육적이기까지 했다. 또한 연극이 끝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여러 관전 평가 역시 연극 수준에 걸맞은 것이었다.

여기에 또 다른 관점의 관전평을 하나 더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 보도대로 개인이 가진 모든 아이패드 제품을 대상으로 인증을 요구하였다면, 인증제도의 목적인 "국민의 안전, 보건 및 환경보호" 보다는 법에 따라 아이패드를 인증대상으로 분류할 수 있으니까 시행한 것처럼 보인다. 한편 방통위는 애플사가 제품 인증을 신청하였다면, 해당 버전에 대해서 한번의 인증심사 시행으로 자유로운 유통이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수준의 표준을 준수한 부품으로 만들어진 PC급 제품 개개에 대한 방통위의 인증 요구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표준과 인증에 관한 협정인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에서 금지한 표준이나 인증을 통한 무역 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WTO에 가입했고 국회에서 모든 협정을 통과 시켰다. 따라서 TBT 준수는 의무이고, 이 협정에 규정했듯이 표준과 인증은 무역장벽이 되지 말아야 한다. 국제표준이 국내법에 우선하며, 이를 위반할 때에는 WTO에 제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사태가 국내 소동으로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정부는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국제적인 기준의 준수와 그 의미를 인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 정부에서 주장하는 국격이다.

'아이패드 촌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원인 파악과 처방이 필요하다. 두 극단을 보고 판단의 단초를 찾으면, 하나는 인증을 정부가 마땅히 지켜야하는 주권이나 이번의 경우는 정부가 해외 기업과 등장 인물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 경우이다. 이 경우의 처방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IT 관련 부처의 기능 강화나 확대를 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관점은 정부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례로 이번 아이패드 사건을 보는 경우다. 이 경우 정부의 IT 기능이 강화되면 필요없는 일을 찾아서 '진흥'한다고 열심히 일을 하게 되지만, 산업과 국민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득과 실을 비교해 볼 때, 이번 아이패드 사건은 후자에 더 가까운 해석이 나올 것 같다.

이번 소동을 보면서 한국의 IT 관련 법들이 과연 IT 사용자와 산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평가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검토 관점은 정부의 공무원이 안해도 되는 일을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은지, 표준과 인증을 특정 부처의 산하기관의 업무로 만들어 그 기관의 존재 이유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또 표준으로 만들어 민간 기업이 해도 되는 일을 정부가 법률로 제정하고 돈을 대주며, 산하기관이 추진하게 하지 않는지, 정부가 굳이 진흥에 나설 필요가 없는데도 '진흥법'을 만들어 추진하고 있지 않은지 등 등 …. 이 정도면은 아마도 IT 관련 많은 법들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 생각된다.

이번 소란이 통신과 관련있어 그 책임을 방통위로 돌릴 수 도 있다. 그러나 KS 표준과 인증 제도에 책임지고 있는 기술표준원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준과 인증을 담당하는 방통위와 기술표준원은 TBT를 위반하는 국내 표준이나 인증이 있는지, 할 필요도 없는 인증을 열심히 하는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기회로 삼고 국격을 높이는 대열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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