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과 박테리아의 일종
맹목적 '자연산' 집착은 위험

유명 탤런트가 자연산 복을 먹고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다행히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을 한 모양이다. 담백한 맛의 복어는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독특한 기호 식품이다.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치명적인 독(毒)이 오히려 복어의 매력이다. 일부러 극미량의 독을 남겨두는 모험을 즐기는 어처구니없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맹목적으로 '자연산'에 집착하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복어가 일부러 치명적인 테트로도톡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사실 복어는 그런 독성 물질을 만들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복어의 독은 몸 속에 기생하는 비브리오과의 박테리아가 만들어 낸 것이다. 콜레라균도 비브리오과의 박테리아다. 복어의 테트로도톡신은 복어가 자연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선택의 결과인 셈이다.

전 세계의 바다와 민물에 320여종이 서식하고 있는 복어는 몸집도 작고, 특별한 방어 무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 별 볼일 없는 어류다. 적을 만나면 배를 불룩하게 만들어 과시를 하고,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이 유일한 방어 무기다. 그렇다고 대단한 번식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정도의 능력으로는 험한 수중 생태계에서 생존 자체가 쉽지 않다.

연약한 복어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준 것이 바로 비브리오과의 박테리아다. 복어는 비브리오균에게 안전한 서식처와 충분한 식량을 공급해주는 대신 테트로도톡신이라는 훌륭한 방어 무기를 얻게 된 것이다. 복어와 비브리오균이 모두 서로의 생존을 위해 협력을 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복어가 그런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계에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실제로 갈매기는 양식장의 복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복어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버섯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복어와 비브리오균의 공생이 무작정 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테트로도톡신은 세포에서 소듐(나트륨) 이온의 출입을 관리하는 단백질을 막아버리는 역할을 한다. 테트로도톡신이 소듐 채널을 막아버리면 세포가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대부분 생물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사람의 경우에는 입술과 혀가 마비되고, 구토를 일으키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스스로의 면역 기능으로 테트로도톡신을 배출시키지 못하면 그렇게 된다는 뜻이다.

테트로도톡신은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똑같은 소듐 채널을 사용하는 생물은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소듐 채널을 아무렇게나 만들 수도 없다. 공통 조상에서 진화한 대부분의 생물이 화학적으로 동일한 소듐 채널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소듐 채널의 성능이 충분히 만족스럽기 때문에 굳이 진화를 통해 변형을 시켜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물들이 모두 테트로도톡신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복어에게도 소듐 채널이 필요하다. 그런데 복어는 독특한 변형 단백질을 사용한다. 인간이 사용하는 단백질과 아미노산 하나가 다를 정도로 사소한 변형이지만 테트로도톡신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하다. 수백만년 전에 일어났던 우연한 돌연변이 덕분이다. 복어만 그런 변형 단백질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좁쌀무늬고둥, 비늘돔, 망둥어, 그리고 열대 지방의 일부 개구리와 도롱뇽도 복어와 같은 변형 단백질을 이용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숨겨져 있는 자연의 신비가 훨씬 더 오묘한 법이다.

비브리오균이 없는 깨끗한 물에서 키운 양식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 없다. 물론 양식장에도 비브리오균이 침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경계는 해야 한다. 양식 복어는 값도 저렴하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자연산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이덕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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