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
북한이 지난해 11월 전격 실시한 화폐개혁 후폭풍을 겪은 후, 3월 말까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으면 북한 내 한국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일련의 조치를 예고했다.

이후 금강산 관광에 변화가 없자 이산가족 면회소와 한국관광공사의 자산 동결, 부동산 조사에 불응한 남측 업체의 사업권 박탈, 금강산 관광 사업자 변경, 개성공단사업 재검토 등 4개항의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그 진의가 무엇인지를 두고 각종 분석이 이뤄지고 있지만,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북한의 경제 사정을 남한에 의존해 개선해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 경제의 회생 가능성은 있는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한은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그 특징은 소비재는 궁극적으로 공유할 수 없으므로 자본재를 국가가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곧 자본재가 거래되는 자산시장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생겨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자본재가 거래되지 않으므로 자본재에 대한 가격 등의 시장정보가 창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본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기업, 더 나아가 모든 조직이 비효율적이 되면서 사회 자체가 붕괴한다.

이는 곧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지 실험적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유재산을 허용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체제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금강산 관광을 재개ㆍ활성화하고 개성공단 같은 생산 기지를 더 많이 만들더라도 북한의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

즉 중국처럼 개혁ㆍ개방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북한 경제의 회생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 회생의 실마리를 풀 수 없고 현 정권을 유지하려는 북한은 향후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명시적ㆍ묵시적 경제 지원을 요구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수법은 더욱 반지성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관광객을 총으로 사살하는가 하면 재산 몰수 등의 극단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더구나 핵무기를 뒷배경으로 하는 저강도(低强度) 도발은 더 빈번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최선의 대응책일까? 우선 굶주림으로 죽어 가는 북한 주민을 구제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은 필요하다. 이는 물론 북한 정권의 몰락과 함께 통일이 가시화될 때 북한 주민들을 우리편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의 인심을 얻어둬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대책 없는 북한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현 북한 정권의 폭정을 연장시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장기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바로 여기에 북한 지원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

결국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적정 수준에서 계속하되 최대한 개혁ㆍ개방으로 유도하며, 이의 성과에 따라 지원의 규모와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을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의 외교, 역학 관계, 힘의 균형 등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되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경제 회생은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염두에 두고 지원 시기와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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