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신뢰 회복 못해"
신용평가사로부터 `투기등급`을 받은 회사가 5곳 가운데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등급`은 계속 줄어드는데 반해 `초고등급` 비중은 절반에 육박해 기업 신용등급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09년 말 현재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기업 344개사 가운데 `BB` 이하의 투기등급으로 분류된 기업 수가 60개사로, 전체의 17.44%에 머물렀다. 투기등급 비중은 IMF 여파로 1998년 말 31.16%에서 1999년 말 37.00%로 늘어난 뒤 2000년 말 36.25%, 2001년 말 38.44% 등 30% 이상을 기록했다.

2002년 말부터 20%대로 내려온 뒤 2004년 말 19.78%, 2005년 말 15.83%, 2006년 말 14.86%, 2007년 말 21.32%, 2008년 말 22.62%를 기록하다 작년 말 다시 10%대로 내려왔다.

이에 반해 최상위인 `AAA~AA` 등급 비중은 1998년 말 3.72%에 불과하던 것이 2009년 말에는 49.53%로 절반에 육박했다. 의미 있는 신용평가가 이뤄진 1998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AAA~AA` 비중은 2006년 말 27.90%, 2007년 말 26.96%, 2008년 말 30.06% 등 2005년부터 늘어나는 추세다.

한 단계 아래인 `A` 등급까지 포함하면 작년 말 비중은 68.89%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신용등급은 원리금 지급 능력의 정도에 따라 `AAA~D` 등급으로 분류되며 등급이 낮을수록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AAA` 등급은 정부가 손실보전하는 공기업에서부터 시중은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글로벌 기업들만이 보유할 수 있다.

투기등급 비중이 준 것은 투기등급을 받은 기업이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영향도 있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너무 빠른 속도로 상향 조정한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신인도 상향을 감안하더라도 등급 상향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다.

등급 상하향 배율도 2007년 4.75배까지 치솟았다 2008년에 1.32배로 주춤했지만작년 1.32배로 다시 높아졌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신인도가 회복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2005년 이후의 상향 속도는 레이팅 버블에 가깝다"며 "최고 등급에 근접한 기업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AA급에 달하는 기업이 급증해 몇 년후 전격적인 등급 디노미네이션이 필요할지 모른다"며 "신용평가사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 기업의 신용등급의 하향 조정이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등급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채 위기 당시 땅에 떨어진 신용평가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스스로 존립기반을 허물어 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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