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발원지…건강ㆍ첨단산업 피해
올해 황사는 정말 대단했다. 중국, 타이완, 일본이 모두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찍은 황사 발원지의 모습은 여름철 대형 태풍처럼 위협적이었다. 황사가 우리에게 몹시 성가신 것은 사실이다. 우리의 건강은 물론이고 첨단 산업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 황사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섞여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는 중국 서부의 건조 지역에서 발생한다. 바짝 말라붙은 황토 지대에서 자주 발생하는 거센 회오리바람이 주범이다. 건조 지역의 공기 중에 온실 효과를 나타내는 수분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다. 지름이 수십 마이크로미터인 미세한 황토 먼지가 지상 10킬로미터 상공까지 올라가서 시속 200킬로미터가 넘는 제트 기류(편서풍)를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태평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동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황사는 어제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신라 시대에도 토우(土雨)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그러나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만으로는 당시의 황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황사에 포함된 미세 먼지의 크기와 밀도, 황사의 지속 시간이나 범위, 황사가 덮쳐올 때의 풍속 등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기온이나 강수량과는 달리 황사에 대한 정확한 관측 기술이 개발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상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황사 관측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였다. 그 때까지는 황사가 없었거나, 피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그런 자연 현상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랬고, 정서적으로도 그랬다. 아직도 지상의 미세먼지 농도 측정설비인 PM10은 28개소, 레이저를 이용해서 고도에 따른 미세먼지 분포를 확인할 수 있는 라이다(LIDAR)는 고작 4개소에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황사가 발생하는 중국과 협력을 시작한 것도 2005년 이후의 일이다.

'역사상 최악'과 같은 표현은 지나친 과장이다. 아무리 심하다고 하더라도 기껏해야 우리가 정확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지난 10년 중 최악이라는 뜻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언론은 지난 3월 20일의 황사도 사상 최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2002년 3월에는 황사 때문에 초등학교가 휴교를 하고, 반도체 등 정밀산업 업체들이 휴업을 했었다. 기상청에 남아있는 황사 밀도 관측 자료를 보더라도 이번 황사를 최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상청이 황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한 것도 그 이후부터였다. 2006년에도 심한 황사가 있었다.

황사와 같은 자연 현상이 우리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모래나 먼지 폭풍은 전 세계의 모든 사막이나 황무지에서 발생한다. 그 규모도 엄청나다. 중동 사막 지역의 모래 폭풍은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먼지 폭풍은 남부 유럽에 피해를 주고, 무역풍을 타고 카리브 해까지 영향을 미친다.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의 건조 지대에서도 엄청난 먼지 폭풍이 발생한다. 황사 발원지의 상황도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다.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황사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중국 서부 건조 지대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 대륙 중앙부의 생태 환경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세월이 흐르면 생태계 유지에 필요한 영양 성분이 빠져나가 메말라 버리게 된다. 유럽과 남미를 제외한 모든 대륙이 그렇다.

건조 지역에서 극한적인 삶을 살고 있는 발원지의 주민들을 원망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대형 모래 태풍의 중심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주민들을 측은하게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발원지의 주민들이 그런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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