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생산 대규모 시설투자 불가피
가격 정책으로 무분별 사용 막아야

■ 바이오&헬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에 최대 전기 사용량이 작년보다 500만㎾나 늘어난 7000만㎾에 바짝 다가섰다. 뒤늦게 전기 사용 자제를 당부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02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겨울철 난방 수요가 이제는 여름철 냉방 수요를 크게 넘어서 버렸다. 자칫하면 내년 겨울에는 예비 전력이 동나 버리는 위기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스위치만 올리면 되는 전기는 정말 편리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누구나 그런 에너지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전기 사용을 비난할 일은 절대 아니다. 전기 사용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형편이 좋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그런 전기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적으로도 그렇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대부분 석유나 가스의 연소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서 생산한 것이다.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도 40%에 이른다. 지속 가능한 수력, 태양열, 풍력 등의 방법으로 생산하는 전기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결국 전기를 생산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많은 연료비가 필요하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송전과 배전도 만만치 않다. 고압 송전 시설을 갖추는 일도 어렵고, 그 과정에서의 전력 손실과 환경 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 전기가 '청정 에너지'라는 인식은 그런 부분을 외면한 환상이라는 뜻이다.

전기의 에너지 효율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화력발전소의 에너지 효율은 35% 수준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석유와 가스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난방 효율이 80%를 넘을 수 있다. 전기가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고급 청정에너지이지만, 국가나 사회 전체로 보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기의 사용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겨울철 전기 난방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데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가짜 경유의 유통을 막기 위해 등유에 부과한 특소세가 문제다. 전기 값이 상대적으로 싼 것처럼 보이게 돼 버렸다. 정부가 앞장서서 최고급 에너지인 전기의 무분별한 사용을 부추긴 셈이다. 난방용 전기의 과다 사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그 뿐이 아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양수(揚水) 발전소는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 수요를 감당하려면 LNG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가동해야만 한다. 결국 유류세 몇 푼을 위해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전기 자동차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문제다. 전기 자동차가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기 사용의 효율이 문제다. 온라인 전기 자동차의 경우에는 유도전류로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에서만 20% 이상의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도 중소도시까지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 배터리 사용과 생산도 공짜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기 자동차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의 문제다. 전기 자동차만 개발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 전기는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래서는 진정한 녹색 성장이 불가능하다.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전기는 편리한 에너지 전달 수단이기는 하지만 상당한 경제적, 환경적 부담을 요구한다. 결국 전기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해야 하는 귀한 문명의 이기(利器)다.

에너지 가격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극도로 왜곡된 에너지 조세 정책부터 고쳐야 한다. 재정 확보와 환경 보호를 핑계로 전기 사용을 부추기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에너지 소비 효율 향상과 서민 부담 경감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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