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민 경기디지털진흥원장
아이스하키의 북미리그 최고 스타였던 웨인 그래츠키는 "나는 아이스하키를 할 때 퍽(아이스하키용 고무원반)이 있는 곳을 향해 가지 않고, 퍽이 가고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마치 개벽과 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상당한 의미를 주고 있다.

기업들은 가히 개혁을 넘어 개벽적이라 할 만큼 급속한 최근 소비자들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서비스의 다양화에 넋이 빠질 지경이다. 크레슈머(Cresumer), 스마트슈머(Smartsumer), 스토리슈머(Storysumer), 호모나랜스(Homonarrans) 등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비자에 대한 용어들의 다양화가 이를 대변한다. 심지어 소비자들 자신조차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 수 없을 만큼 기술과 시장상황, 소비자의 욕구는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그 뿐인가 "이 세상에서 개발되지 않은 기술은 없다" 고 장담할 만큼 분초를 다투며 다양한 기술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어 시장에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사라지면서 글로벌 경쟁이 급속히 진전되니 이제 출시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탄생부터 글로벌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기업도 고객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를 읽고, 개별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잇 아이템'(It Item)을 제공하지 못하면 존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의 입장이 이러한데, 한 국가의 산업을 육성시키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1935년 영국의 생물학자 탠슬리(Authur G. Tansley)에 의해 주장되었던 생태계(ecosystem)란 용어는 지난 몇 년간 애플사의 아이튠즈ㆍ아이폰ㆍ앱스토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사업모델로 산업에서 그 실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콘텐츠 산업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성이냐, 정보기술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여 오던 사람들이 머쓱해 하는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이같은 애플의 성공이 소비자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소비자의 가치 만족을 위해 선제적으로 산업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콘텐츠 산업 정책의 방향성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

3D영화, 스마트폰, 앱스토어, TV 앱스토어, 인터넷TV 등 '일신우일신'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 환경 하에서 산업의 성장 방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정부의 산업 정책이 기존 산업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기업 나아가 산업의 육성이 아닌 산업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감수 할 수 밖에 없다. 3D 입체영화 '아바타'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새로운 변혁의 물결을 몰고 왔다고 하여 서둘러 3D 산업 정책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퍽이 가고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하는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소비자가 가고 있는 방향을 예측하여 그 길을 향해 돌진해야 한다. 나아가 정책 자산을 파트너인 기업들과 공유함으로써 가치지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정책의 모습일 것이다.

얼마 전 조사된 경기도의 콘텐츠 기업 현황은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788개 관련 기업 중 93%의 기업이 아직 매출액 100억 원 미만에 머물러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망외부성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53여개 기업이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명한 콘텐츠 연구자 이안시티(Iansiti) 교수는 생태계에서의 기업의 전략을 산업 내에서의 관계의 복잡성과 변화와 혁신의 수준에 따라 일용품전략, 지배자 전략, 틈새전략, 종추종 전략 등 4가지 전략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콘텐츠 산업의 생태 환경의 복잡성, 생태계의 주요한 구성원인 영세한 기업, 소비자와 기술의 개벽적 변화라는 콘텐츠 산업의 현실을 감안할 때 좀 더 치밀하고도 세분화된 정책과 전략의 수립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단 한 편의 성공작이 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거시적 안목이 아닐까. 미래사회의 주력인 콘텐츠 산업의 육성 정책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역량을 발휘하여, 우리의 자부심을 깨우는 중추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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