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한해 4㎜씩 상승' 주장 황당
과학전문가 합리적 분석ㆍ예측 필요

■ 바이오&헬스

우리나라 모래 해안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어느 국책연구원이 내놓았다는 자료가 해괴하다. 지난 16년 동안 우리나라 해수면이 한해 평균 4㎜씩 상승했다는 것이다. 결국 해수면이 1m나 올라가는 것은 250년 후의 일이다. 이런 분석과 예측으로는 소중한 모래 해안을 지킬 수 없다.

바닷가에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있다. 해수면의 높이가 결코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잔잔하다고 해도 바다에는 언제나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 마련이다. 물론 해수면 높이의 '평균'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밀리미터 단위로 측정한 해수면의 평균 높이가 과연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리 바다의 해수면 상승이 세계 평균보다 30%나 더 크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연구원이 내놓은 세계 평균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3㎜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세계 평균보다 '훨씬' 더 크다는 주장은 '도토리 키재기'의 결과를 한껏 부풀린 것에 불과한 셈이다.

모래 해안의 80%가 사라진다는 주장은 더욱 황당하다. 지금 당장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해수면 상승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중요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해수면이 1m나 올라가려면 강산(江山)이 25번이나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과연 지금과 같은 해수면 상승이 지속될 것인지부터가 확실하지 않다. 해수면이 더 빨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하겠지만 반드시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위성항법장치(GPS)로 해수면의 높이를 측정한 지난 16년 동안에 우리 해수면이 5㎝ 정도 높아졌다는 관찰 결과가 이렇게 황당한 주장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아마도 우리가 처음으로 직접 측정한 해수면 높이의 자료를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과학분야의 전문가다운 합리적인 분석과 예측을 제시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어야 한다.

우선 우리 해안에서 관찰된 변화가 물리적으로 중요한 것인지부터 확인을 했어야 한다. 일기예보에서 사용하는 파도의 높이도 미터의 단위를 사용한다. 과연 16년 동안 5㎝의 상승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심각하게 검토했어야만 한다. 어쩌면 이번 발표와는 정반대로 우리 해안에서의 해수면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바다에는 경계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 해안에서의 해수면이 세계 평균보다 더 많이 올라간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 해안에서만 해수면이 더 많이 올라갔다면, 우리 국토가 침몰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합리적인 해석일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경우에도 설명이 필요하다. 더욱이 해수면 상승이 반드시 높은 파도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우리 해안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닷가의 백사장이 휩쓸려 사라지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훨씬 더 중요한 원인이 있다. 무분별한 해안 개발과 과도한 바다모래 채취가 누구나 알고 있는 해안선 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정체와 근거도 불확실한 해수면 상승을 들먹이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포기하자는 것이다.

기후 변화를 앞세워 남의 탓만 하는 자세로는 아무 것도 바로잡을 수가 없다. 최근에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던 정치인, 기후학자, 환경론자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불확실한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자초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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