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IT '컨버전스'시스템 절실… '오픈마켓'도 대안 부상
파주 출판단지에서 지난 3일 열린 세미나에서 한 IT업체는 종이책 원고를 전자책으로 변환해 유통, 판매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그러나 행사 이후 20일 정도 지났으나 이 업체의 전자책 서비스 계약 실적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전자책 관련 업체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인터파크와 KT가 내달 전자책 서비스를 각각 선보일 것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행보는 더디기만하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을 외면한 표면적 이유는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책 시장은 1323억원으로 단말기를 제외한 순수 콘텐츠 시장은 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출판시장의 5%가 채 되지 못한다.
출판계는 권당 10만원 이상 소요되는 디지털라이징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한편 특히 전자책의 확대가 제2의 음반시장처럼 전체 출판 시장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토피아 사태는 이런 우려에 불을 당겼다. 1999년 120여개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이후 국내 전자책 업계 1위 업체로 발돋움했지만 매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58억원 가량의 저작권료를 출판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출판계는 정확한 매출 검증 시스템과 투명한 수익 배분 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기획, 구성, 교정 등 출판사가 이미 투자한 종이책 편집 작업을 어디까지 인정해 매출 배분을 요구할 것인가 역시 논란거리다. 전자책 인세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출판사는 전자책 수익에 대해 종이책 인세 3~7%의 두세배 수준을 저자에게 지불하고 있지만 전자책 단가가 종이책보다 낮고 변환과 유통비를 제외한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지불하는 인세는 종이책과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저자들은 독자적인 전자책 출판에 나서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종이책은 원가 부담 때문에 출판사가 헤게모니를 쥐었지만 전자책은 원가 개념이 적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미 해외 유명 전자책 업체들은 국내 시장 상륙을 타진하고 있다. 유명 외국서적의 전자책 판권확보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해외 출판사의 국내 진출은 상당한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미 출판시장이 번역과 디자인 등 전문화, 세분화되는 경향이 뚜렷해 시장 진입 장벽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해외 콘퍼런스에 가면 애플 등 유명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영국 유명 출판사인 펭귄그룹은 지난해 협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며 "국내 시장을 겨냥한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접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 전자책 업계가 IT와 출판의 컨버전스 측면에서 `전자책'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콘텐츠 수의 양적인 확대는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등록된 출판사 수는 약 3만개로 이 가운데 90%는 1년에 단 1권도 책을 내지 못한다. 인쇄비 부담과 최대 35%에 이르는 서점 유통 비용 등 실패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책은 초기 투자가 크지 않고 외주를 통해 사실상 1인 창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출판사들이 적극 출판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초 전자책 시장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가칭 `자산관리센터'를 구축해 중소 출판사의 디지털라이징을 지원하고 1인 출판을 육성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통신사-콘텐츠제공자(출판사), 출판사-저자로 이어지는 종속적인 관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저자가 직접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오픈마켓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판계의 인식 변환도 필요하다. 현재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1Q84'의 선인세는 15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국내 신인작가 100명을 키울 수 있는 규모라며 수익성만 쫓는 국내 출판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에서는 외서의 경우 전자책 출판 계약이 불가능하고 역량 있는 우리작가는 한정돼 있어 새로운 콘텐츠 발굴의 한계에 부딪힌 현재 상황에는 출판업계의 원죄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민식 위즈덤하우스 대표는 "출판계 내부에서도 지금 이렇게 있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단말기 통합 추세, 해외 업체 진출 등 변수가 많아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은 전자책 단말기, 넷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콘텐츠를 신속하게 변환, 공급할 수 있는 출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파주 출판단지에서 지난 3일 열린 세미나에서 한 IT업체는 종이책 원고를 전자책으로 변환해 유통, 판매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그러나 행사 이후 20일 정도 지났으나 이 업체의 전자책 서비스 계약 실적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애플이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전세계 전자책 관련 업체 주가가 급등하고 있고 인터파크와 KT가 내달 전자책 서비스를 각각 선보일 것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출판업계의 행보는 더디기만하다.
그동안 출판사들이 전자책 시장을 외면한 표면적 이유는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자책 시장은 1323억원으로 단말기를 제외한 순수 콘텐츠 시장은 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출판시장의 5%가 채 되지 못한다.
출판계는 권당 10만원 이상 소요되는 디지털라이징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한편 특히 전자책의 확대가 제2의 음반시장처럼 전체 출판 시장의 공동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북토피아 사태는 이런 우려에 불을 당겼다. 1999년 120여개 출판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이후 국내 전자책 업계 1위 업체로 발돋움했지만 매출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58억원 가량의 저작권료를 출판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출판계는 정확한 매출 검증 시스템과 투명한 수익 배분 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기획, 구성, 교정 등 출판사가 이미 투자한 종이책 편집 작업을 어디까지 인정해 매출 배분을 요구할 것인가 역시 논란거리다. 전자책 인세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출판사는 전자책 수익에 대해 종이책 인세 3~7%의 두세배 수준을 저자에게 지불하고 있지만 전자책 단가가 종이책보다 낮고 변환과 유통비를 제외한 수익을 나누기 때문에 지불하는 인세는 종이책과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저자들은 독자적인 전자책 출판에 나서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종이책은 원가 부담 때문에 출판사가 헤게모니를 쥐었지만 전자책은 원가 개념이 적어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은 "해외 콘퍼런스에 가면 애플 등 유명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영국 유명 출판사인 펭귄그룹은 지난해 협회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며 "국내 시장을 겨냥한 파트너사를 찾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접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 전자책 업계가 IT와 출판의 컨버전스 측면에서 `전자책'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콘텐츠 수의 양적인 확대는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등록된 출판사 수는 약 3만개로 이 가운데 90%는 1년에 단 1권도 책을 내지 못한다. 인쇄비 부담과 최대 35%에 이르는 서점 유통 비용 등 실패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전자책은 초기 투자가 크지 않고 외주를 통해 사실상 1인 창업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출판사들이 적극 출판에 나설 수 있는 인프라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초 전자책 시장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가칭 `자산관리센터'를 구축해 중소 출판사의 디지털라이징을 지원하고 1인 출판을 육성하는 내용이 검토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콘텐츠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통신사-콘텐츠제공자(출판사), 출판사-저자로 이어지는 종속적인 관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저자가 직접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오픈마켓 기능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판계의 인식 변환도 필요하다. 현재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 `1Q84'의 선인세는 15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출판계에서는 국내 신인작가 100명을 키울 수 있는 규모라며 수익성만 쫓는 국내 출판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일부에서는 외서의 경우 전자책 출판 계약이 불가능하고 역량 있는 우리작가는 한정돼 있어 새로운 콘텐츠 발굴의 한계에 부딪힌 현재 상황에는 출판업계의 원죄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민식 위즈덤하우스 대표는 "출판계 내부에서도 지금 이렇게 있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단말기 통합 추세, 해외 업체 진출 등 변수가 많아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단은 전자책 단말기, 넷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에 콘텐츠를 신속하게 변환, 공급할 수 있는 출판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