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3층짜리 주택 1층 가정집.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이는 화재로 인해 혼자 사는 김모(39ㆍ남)씨는 연기에 질식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화재는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5분 만에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김씨가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우다 담요에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화재 이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 지금은 서울을 떠나 지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던 김씨는 가슴 확대 수술을 받고, 호르몬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해 온 트랜스젠더다.

사고 당시 김씨 집안 내부 모습은 황폐했다.

10평 남짓한 집안의 현관과 화장실, 그리고 방안에 쌓아둔 이불 위에는 70여개 피의 담배꽁초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방에는 소주병이 여러 개 나뒹굴었다.

김씨 생활 여건도 점점 나빠졌다고 한다. 김씨 집주인과 주변인들에 따르면 김씨는 잠깐 반짝하는 화려함과 성 정체성을 인정받는 데 대한 희망, 그리고 나서 길게 이어지는 소외, 경제난, 질병, 절망, 피폐함 등 통상적으로 트랜스젠더가 겪어가는 삶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술집에서 일하면서 1년6개월간 한 달 방세로 40만 원을 꼬박꼬박 내곤 했던 그는 지난해 몸이 아파지면서 하던 일을 그만둔 뒤로 형편도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6개월간 밀린 월세 240만 원도 갚지 못했다.

친구들과 옛 가게 동료가 가져다주는 빵과 담배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텼지만,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적 사정은 물론 몸과 정신 상태도 악화했다.

김씨가 올해 초 장염으로 병원에 다니면서부터 정신이상 증세를 나타냈고 어떤 때는 쓰레기봉투를 가리키며 "사람이 죽었다"고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집주인은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법적으로 도와줄 방법이 없다. 영세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김씨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에 극단적인 삶을 사는 트랜스젠더가 국내 적지 않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서울 용산 관할 내 한 경찰 관계자는 "말년 트랜스젠더의 모습이 정말로 보기에안쓰럽다. 성전환 수술을 하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와 경제난에 시달리기일쑤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직원이 일하는 한 술집 사장(47)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수술 후유증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도 있고, 나이가 쉰이 넘었는데 아예 집이 없어서 부모한 테 방 하나 빌려 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나서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투약하지 않으면 몸이 더 악화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세브란스병원 임승길 내분비내과 교수는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한 뒤 여성 호르몬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뼈가 약해지고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반대로 남성이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나서 여성 호르몬을 과다하게투약해도 간 경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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