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과학은 인지와 관찰의 역사다. 이 역사는 관찰도구, 즉 연구장비와 기술의 발전이 견인해 왔으며, 현재는 나노미터(10억분의 1) 크기의 물체를 관찰하는 시대에 와 있다. 현대의 과학기술 경쟁은 연구장비의 전쟁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최근 연구장비의 전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의 연구가 관찰 값을 해석하고 값들의 연관성을 분석해야 과학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면, 앞으로의 연구는 분석결과가 바로 이미지로 나타나고,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과학영상(Science Imaging)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과학영상은 특히 인간을 정점으로 하는 생명체의 구조와 기능을 규명하는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된다. 이들 장비를 바이오이미징(Bio Imaging) 장비라고 하며, 흔히 병원에서 진단장비로 사용되는 컴퓨터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영상장비(MRI), 양전자방출영상기(PET) 등이 분석 대상물인 환자 상태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바이오이미징 장비들이다.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바이오이미징 장비들은 연구대상물을 영상으로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로 다른 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저마다 특화된 영상을 표현한다. MRI는 병원에서 진단용으로 쓰이는 동시에 실험용 동물을 이용한 질환 연구나 약물 연구에 활용되며, PET는 주로 암 진단에 쓰인다. 또 X선을 이용하는 CT, 적외선이나 형광등을 이용하는 광학영상, 분석대상을 구성하는 여러 물질의 분포를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질량분석영상(MSI), 세포크기 이하의 세계에서 세포 구조물과 특정 단백질까지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영상(EM) 등이 있다.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갖는 이들 장비로 하나의 대상물을 연구한다면, 훨씬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영상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날이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는 뇌기능 관련 연구를 할 때, CT로는 뇌의 구조를, MRI로는 뇌의 구조와 기능을, PET는 뇌암 발병여부를 볼 수 있다. 광학영상으로는 미세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고, 질량분석영상으로는 물질 분포, 전자현미경으로는 세포 내 미세기관 및 분자 기작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장비를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해 생명체의 작용과 질환을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융합 바이오이미징' 분야다.

최근 과학기술은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융합과학이 대두되고 있다. 이 융합과학을 바이오이미징과 연관시켜 보면 다양한 기종의 바이오이미징 장비를 동시에 활용해 연구가 이뤄지는 융합 바이오이미징 연구가 과학발전 역사의 새 패러다임을 맡을 것이다. 이제 과학은 '관찰의 역사'에서 '해석의 시대'를 지난 뒤 '관찰의 시대'로 다시 돌아오는 패러다임 변화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최근 해외에서도 융합 바이오이미징 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하버드ㆍ스탠퍼드ㆍ칼텍 등을 필두로 각종 바이오이미징 장비를 한 곳에 집적시켜 놓은 생체분자영상센터 등이 10여개 이상 세워지고 있다.

기초과학분야 대형 연구장비 중심기관인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인체 대상 연구용 휴먼 MRI 구축사업을 올해 시작했으며, 이 장비는 치매, 최면, 거짓말 탐지 등 뇌 인지과학 연구에 활용될 세계적인 첨단장비이다. 기초연은 또한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9.4T(테슬라) 및 4.7T 동물용 MRI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동물용 PET/CT, 형광ㆍ인광 광학영상기, 공초점현미경,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 질량분석기술에 기초한 질량분석영상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제 생체영상 관련 장비들의 국가적 활용과 체계적 지원을 위한 '바이오이미징 융합센터'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발판으로 난치병과 퇴행성 질환 진단 및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미래 핵심 연구분야로 급성장하는 뇌연구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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