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보다 세척력 약하고 쉽게 씻겨
향료ㆍ기름 등 성분 첨가 모발보호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목욕용 샴푸도 있다. 유럽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비누보다 액체 샴푸를 권장하는 나라도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샴푸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 린스, 향료, 색소 등이 모두 인공 화학물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머릿결을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샴푸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머리카락은 생리적으로 뇌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운 겨울에는 머리가 너무 차가워지는 것을 막아주고, 뜨거운 여름에는 강렬한 햇볕을 가려준다. 다른 동물과 달리 사람에게는 유일하게 머리에만 길고 굵은 머리카락이 남게 된 것이 진화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머리카락이 길게 자라는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머리카락은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게 활용된다. 헤어스타일은 사회의 정체성과 개인의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조상들이 단발령에 심하게 반발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심지어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것이 형벌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깨끗하고 윤이 나는 머릿결은 건강을 상징한다. 단오날에 창포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았던 것도 헤어스타일의 사회적 중요성을 상징하는 전통이다. 힌두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샴푸'라는 말도 귀족들이 머리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던 향료가 들어있는 두발 전용 오일이었다.

단백질로 된 머리카락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갈라지고 푸석해진다. 모낭에서 분비되는 기름 성분의 피지(皮脂)가 그런 손상을 막아준다. 그래서 일부러 머리에 식용 들기름을 바르기도 했다. 그런 피지와 기름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나치게 끈적끈적해서 먼지와 비듬 조각이 쉽게 달라붙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에 묻어있는 피지는 맹물로는 잘 씻겨지지 않는다. 기름 성분의 피지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이다. 식물을 태운 재에서 녹아 나오는 소량의 수산화포타슘이 포함된 '잿물'로 씻으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동물이나 식물의 기름을 수산화나트륨과 반응시켜 만든 비누가 등장하면서 모발을 관리하는 일도 훨씬 쉬워졌다. 물에 잘 녹는 친수성(親水性) 부분과 기름에 잘 녹는 친유성(親油性) 부분을 함께 가지고 있는 긴 사슬 모양의 비누 성분이 피지를 둘러싸 물에 잘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척력이 강하고 염기성인 비누도 머리카락을 완전히 보호해 주지는 못한다. 염기성 용액에서는 황으로 이뤄진 단백질 사이의 화학결합이 쉽게 끊어져 버린다. 비누 성분이 머리카락의 표면에 달라붙어 무광택의 얇은 필름을 만드는 것도 문제가 된다. 빨래 비누로 머리를 감고 나면 머리가 뻣뻣해지고 윤기가 사라지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모발 전용의 샴푸는 화학적으로 비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누보다 세척력이 약하면서 물에 쉽게 씻겨 나가는 로르황산암모늄이나 로르황산소듐과 같은 음이온성 합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한다. 단백질의 황 결합을 보호하기 위해 수소 이온 농도를 조절해서 약한 산성으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향기를 내기 위한 향료도 넣고, 머릿결을 부드럽고 반짝이게 해주면서도 먼지가 쉽게 달라붙지 않는 글리콜 계열의 기름 성분도 첨가한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진주처럼 반짝이는 성분을 넣기도 한다.

샴푸가 합성물질로 만들었다고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천연물질만으로는 모발의 건강을 보장하기 어렵다. 오히려 정확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비타민, 아미노산, 천연 성분을 들먹이는 샴푸의 과장 광고를 경계해야 한다. 샴푸는 의약품이 아니다.

서강대 화학ㆍ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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