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제 국회의원ㆍ한나라당
'새로운 디지털 10년'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과거 10년이 네트워크와 플랫폼의 시대였다면 새로운 10년은 콘텐츠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케이블TV, 위성방송, DMB, IPTV 등 새로운 플랫폼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방송콘텐츠를 공급하는 채널사업자(PP)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예견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예측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08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최대 플랫폼인 케이블TV방송국(SO)은 평균 23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PP들은 2000만원대도 못 미치는 이익으로 SO의 0.8%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지난 9월까지 총 409개 PP가 등록했지만 이 가운데 41%에 해당하는 169개가 폐업 또는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40개의 PP 가운데, 방송 송출을 하지 못하는 곳이 79개(33%)나 된다고 한다.

방송콘텐츠를 생산하는 PP들이 갈수록 위축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시청자들이 플랫폼에게 지불하는 수신료 배분에 있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PP의 수신료 배분액은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시청료 1만5000원의 32.5%인 4875원이었다. 그러나 2002년 PP 등록제 도입이후, PP 선택권을 가진 SO들이 PP들에게 지급하는 수신료 배분 비율은 매년 축소되어 2005년에는 12%대까지 내려가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다 최근 국회의 지적과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이러한 비율이 외형적으로는 25%까지 상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수신료 배분에 당초 포함되지 않았던 유료채널, 주문형비디오(VOD) 등의 콘텐츠 비용까지 포함되어 기본상품을 공급하는 PP들의 수신료 배분 몫을 잠식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플랫폼사업자들이 방송, 인터넷, 전화 등의 결합상품 구성시, 개별상품할인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는 점을 악용해 마음대로 개별상품의 요금을 할인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사 상품은 적게, 타사 상품은 많은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수익배분의 왜곡을 가져오고 있다.

실제, 수도권 지역의 모 SO가 가입자에게 청구한 결합상품 할인 이용료를 분석한 결과, 자사 상품인 인터넷상품에는 약 57%의 할인을 한 반면, PP들이 제공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할인율은 무려 96%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해당 업체는 이러한 할인율을 적용하면서 이해 당사자인 PP측과 사전협의 또는 합의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SO의 횡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더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케이블TV의 수신료 배분방식과 결합상품 할인 등의 나쁜 관행을 후발 플랫폼 사업자인 위성방송과 IPTV 등도 모방하는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사업자와 PP는 어느 한쪽이 없어서는 생존할 수 있는 불가분의 동반자적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플랫폼사업자 중심의 일방적인 관계가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산업구조로는 국내 유료TV시장 활성화는 물론, 플랫폼 업계의 장기적인 수익확대에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PP의 수익악화는 결국 유료TV 시장은 물론 콘텐츠산업의 성장정체로 귀결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업체들은 당장 PP에게 주는 몫이 늘어나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PP를 육성하는 투자의 개념으로 수익 배분율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아울러 PP들은 늘어난 수익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국내 유료방송 산업 발전은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해 나가야 한다.

플랫폼사업자와 PP들간의 균형발전과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내야만 우리나라 유료방송 사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양측의 권리와 의무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6월 방통위가 이동통신서비스업체와 콘텐츠공급업체(CP)간 모바일 콘텐츠 수익배분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이 유료TV 시장에도 조속히 도입이 되어 플랫폼사와 PP간 공정한 계약관행과 상생 협력을 위한 토대로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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