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정경과학부 차장
문 밖을 나서면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파고드는 초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코 끝에 향수처럼 느껴지는 향기가 있으니, 바로 어릴 적 아래채 가마솥에서 쑤던 '쇠죽' 냄새다.
평생을 두고 맡아본 가장 구수하고 행복한 냄새가 바로 이 쇠죽 냄새다.
추수를 끝낸 볏짚을 작두에 썰고 콩깍지, 고구마줄기 등을 함께 넣은 후 정미소에서 쌀을 도정할 때 얻은 노란 등겨를 뿌려주고, 쌀 씻은 물, 배추 뿌리 등이 합쳐진 구정물을 부어 가마솥에 끓이던 쇠죽. 거의 다 끓어 뜸들일 때쯤 솥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한번 뒤집어줄 때 풍겨오던 그 냄새는 이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다 된 쉬죽을 통나무로 된 쉬죽통에 담아주면 암소가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맛있게 먹던 기억이 어제 같다.
30여년 전만 해도 우리네 일상이 바로 그러했다.
그 때는 생산하는 것과 소비하는 것의 경계가 그리 크지 않았다. 벼를 농사지어 쌀을 얻고 볏짚은 소먹이로, 거름으로, 외양간의 깔개로, 온갖 것을 묶는 새끼줄로 쓰였다. 나락에서 쌀을 얻으면서 중간에 생기는 왕겨는 거름으로, 베개 속으로 이용됐고, 쌀 눈과 영양분이 들어있는 등겨는 가축 먹이로 쓰였다.
쌀 씻은 물, 채소 귀퉁이, 과일 껍질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구정물 통에 담겨 쇠죽으로, 거름으로 보내졌다. 소똥과 인분도 버려짐이 없었다. 왕겨, 재 등과 함께 거름에 잘 섞어 한해 농사의 중요한 밑천이 됐다.
버리는 것이 다시 생산에 쓰였고, 인간은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러나 몇십년 만에 우리 삶은 너무 달라졌다.
일주일에 한번인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 오기도 전에 쓰레기통은 넘쳐난다. 버리는 양을 줄이고 싶어도 각종 포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해도 엄청나다. 대형 TV,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둘러싸인 채 하루라도 그것들 없이는 살기 힘들어졌다.
우리 생활에서 '순환'과 '근검'보다는 '소비'와 '소유'가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매섭게 돌아가는 소비의 톱니바퀴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기 힘들 정도다.
며칠 전에는 김치냉장고를 그것도 덩치 큰 스탠드형으로 한 대 장만했다. 그런데 냉장고 옆에 버티고 선 그것을 보면서 즐거움보다 죄스러움이 더 크다. 부모님의 원조로 얼떨결에 구입은 했지만 올해 들어 이사하면서 산 에어컨, 평면TV까지 너무 많은 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까지 하다.
더 가졌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닌데, 과연 이렇게 많이 가지고 소유해야 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류진화는 수천년 전부터 1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 유전자는 1만년전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큰 폭의 변화를 거친 후 지난 수천년간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졌다고 한다. 특히 산업화, 분업화로 인해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면서 지난 5000년간 사람 두뇌 크기가 평균 1350㏄에서 1200㏄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삶을 '녹색'으로 되돌리는 게 영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난다. 나와 내 아이들의 유전자마저 '소비형'으로 진화되기 전에 진화의 방향을 '녹색'으로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 줄인다는 정부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산업부문을 녹색화하는 것만으로는 녹색변화가 완성될 수 없다. 가정의 변화, 개인의 변화가 필수다.
생활에서 탄소배출을 1g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문 밖을 나서면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파고드는 초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코 끝에 향수처럼 느껴지는 향기가 있으니, 바로 어릴 적 아래채 가마솥에서 쑤던 '쇠죽' 냄새다.
평생을 두고 맡아본 가장 구수하고 행복한 냄새가 바로 이 쇠죽 냄새다.
추수를 끝낸 볏짚을 작두에 썰고 콩깍지, 고구마줄기 등을 함께 넣은 후 정미소에서 쌀을 도정할 때 얻은 노란 등겨를 뿌려주고, 쌀 씻은 물, 배추 뿌리 등이 합쳐진 구정물을 부어 가마솥에 끓이던 쇠죽. 거의 다 끓어 뜸들일 때쯤 솥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한번 뒤집어줄 때 풍겨오던 그 냄새는 이 세상 어떤 산해진미보다 먹음직스럽게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30여년 전만 해도 우리네 일상이 바로 그러했다.
그 때는 생산하는 것과 소비하는 것의 경계가 그리 크지 않았다. 벼를 농사지어 쌀을 얻고 볏짚은 소먹이로, 거름으로, 외양간의 깔개로, 온갖 것을 묶는 새끼줄로 쓰였다. 나락에서 쌀을 얻으면서 중간에 생기는 왕겨는 거름으로, 베개 속으로 이용됐고, 쌀 눈과 영양분이 들어있는 등겨는 가축 먹이로 쓰였다.
쌀 씻은 물, 채소 귀퉁이, 과일 껍질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구정물 통에 담겨 쇠죽으로, 거름으로 보내졌다. 소똥과 인분도 버려짐이 없었다. 왕겨, 재 등과 함께 거름에 잘 섞어 한해 농사의 중요한 밑천이 됐다.
버리는 것이 다시 생산에 쓰였고, 인간은 자연의 순환을 거스르지 않았다.
그러나 몇십년 만에 우리 삶은 너무 달라졌다.
일주일에 한번인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이 오기도 전에 쓰레기통은 넘쳐난다. 버리는 양을 줄이고 싶어도 각종 포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만 해도 엄청나다. 대형 TV, 에어컨,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 둘러싸인 채 하루라도 그것들 없이는 살기 힘들어졌다.
우리 생활에서 '순환'과 '근검'보다는 '소비'와 '소유'가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매섭게 돌아가는 소비의 톱니바퀴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기 힘들 정도다.
며칠 전에는 김치냉장고를 그것도 덩치 큰 스탠드형으로 한 대 장만했다. 그런데 냉장고 옆에 버티고 선 그것을 보면서 즐거움보다 죄스러움이 더 크다. 부모님의 원조로 얼떨결에 구입은 했지만 올해 들어 이사하면서 산 에어컨, 평면TV까지 너무 많은 소비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까지 하다.
더 가졌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닌데, 과연 이렇게 많이 가지고 소유해야 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류진화는 수천년 전부터 1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인간 유전자는 1만년전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큰 폭의 변화를 거친 후 지난 수천년간 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졌다고 한다. 특히 산업화, 분업화로 인해 생활의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면서 지난 5000년간 사람 두뇌 크기가 평균 1350㏄에서 1200㏄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삶을 '녹색'으로 되돌리는 게 영영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난다. 나와 내 아이들의 유전자마저 '소비형'으로 진화되기 전에 진화의 방향을 '녹색'으로 되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4% 줄인다는 정부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대체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산업부문을 녹색화하는 것만으로는 녹색변화가 완성될 수 없다. 가정의 변화, 개인의 변화가 필수다.
생활에서 탄소배출을 1g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정경과학부 안경애 차장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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