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망치는 멧돼지의 출현은
늘어난 개체수와 먹이부족 원인"
■ 바이오&헬스
요즘 멧돼지가 골치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애써 지은 농사를 망쳐버리고 사람을 다치게 만든 멧돼지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도시의 도심 주택가와 고속도로까지 진출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멧돼지의 피해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멧돼지는 본래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중부와 남부의 숲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야생 동물이다. 우리가 사육하는 돼지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멧돼지는 아무 것이나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다. 멧돼지는 식욕만큼이나 번식력도 대단하다. 매년 5월 무렵에 보통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10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다. 그냥 두면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200㎏이 넘는 거대한 체구가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멧돼지는 본래 사람을 해치는 맹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멧돼지는 생긴 모습과 달리 성격이 그리 포악한 편도 아니다. 대부분의 멧돼지는 사람을 피해 깊은 활엽수림에서 산다. 그러나 자신이나 새끼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멧돼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우는 것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야생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액 139억원 중 40%가 멧돼지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나친 개발 때문에 멧돼지의 서식지가 줄어든 탓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1970년대 이후의 꾸준한 산림 녹화와 연료의 현대화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숲은 발을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울창해졌다.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던 60년대의 민둥산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난 40년 동안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대규모 개발 사업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실제로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자연을 황폐화시켰다는 일반적인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닌 셈이다.
울창해진 숲은 멧돼지에게도 축복이다.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늘어났고 멧돼지가 숲에서 찾을 수 있는 먹이도 많아졌다. 환경이 좋아지면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생태계의 일반적인 법칙이다. 멧돼지들이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태어난 멧돼지 새끼들도 안전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에서의 달콤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한 마리가 차지할 수 있는 서식 면적이 부족해지고 먹이도 모자라게 된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멧돼지의 서식 밀도는 ㎢당 3.8마리였다. 적정 수준인 1.1마리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결국 굶주림에 지친 멧돼지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애써 가꾼 밭을 파헤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고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멧돼지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다.
야생 동물을 위한 생태 이동로가 서식 환경 개선에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멧돼지를 무작정 포획하거나 먹이를 무한정 제공하기도 어렵다. 물론 멧돼지가 스스로 개체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옛날에 그랬듯이 멧돼지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서 멸종시켜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야생 동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야생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우리가 야생 동물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늘어난 개체수와 먹이부족 원인"
■ 바이오&헬스
요즘 멧돼지가 골치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애써 지은 농사를 망쳐버리고 사람을 다치게 만든 멧돼지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도시의 도심 주택가와 고속도로까지 진출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멧돼지의 피해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멧돼지는 본래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 중부와 남부의 숲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야생 동물이다. 우리가 사육하는 돼지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멧돼지는 아무 것이나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다. 멧돼지는 식욕만큼이나 번식력도 대단하다. 매년 5월 무렵에 보통 7~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10마리가 넘는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다. 그냥 두면 숫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200㎏이 넘는 거대한 체구가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멧돼지는 본래 사람을 해치는 맹수라고 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멧돼지는 생긴 모습과 달리 성격이 그리 포악한 편도 아니다. 대부분의 멧돼지는 사람을 피해 깊은 활엽수림에서 산다. 그러나 자신이나 새끼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오히려 1970년대 이후의 꾸준한 산림 녹화와 연료의 현대화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숲은 발을 들여놓기 어려울 정도로 울창해졌다. 시뻘건 속살을 드러냈던 60년대의 민둥산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지난 40년 동안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고 대규모 개발 사업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놀라운 변화다. 실제로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 과학기술이 자연을 황폐화시켰다는 일반적인 주장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닌 셈이다.
울창해진 숲은 멧돼지에게도 축복이다.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늘어났고 멧돼지가 숲에서 찾을 수 있는 먹이도 많아졌다. 환경이 좋아지면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생태계의 일반적인 법칙이다. 멧돼지들이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고 태어난 멧돼지 새끼들도 안전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에서의 달콤한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한 마리가 차지할 수 있는 서식 면적이 부족해지고 먹이도 모자라게 된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멧돼지의 서식 밀도는 ㎢당 3.8마리였다. 적정 수준인 1.1마리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결국 굶주림에 지친 멧돼지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산을 내려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애써 가꾼 밭을 파헤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뛰어들고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멧돼지들이 대부분 그런 경우다.
야생 동물을 위한 생태 이동로가 서식 환경 개선에 작은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멧돼지를 무작정 포획하거나 먹이를 무한정 제공하기도 어렵다. 물론 멧돼지가 스스로 개체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옛날에 그랬듯이 멧돼지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서 멸종시켜 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야생 동물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야생 동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우리가 야생 동물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