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택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SK텔레콤을 비롯해 통신3사가 요금 인하안을 일제히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요금인하를 통해 내년도에만 1조7000억 원의 요금인하 효과가 기대되고 가계통신비 기준으로 7~8% 정도의 인하 효과가 있어, 정부가 공약한 총 20% 정도의 요금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보급률이 95% 이상이므로 5세 미만의 영유아나 초고령자를 제외한 국민 모두가 이동전화 가입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이 이동전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초당 과금 도입 등 과금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이번 요금 인하안은 많은 국민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요금 인하안의 취지가 친서민적이고 친소비자적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평가를 좋게만 할 수는 없다. 이번 요금 인하안도 예년과 다름없이 반시장적인 조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서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행정지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경쟁을 촉진시켜 요금이 인하되도록 하는 시장친화적 정책과는 분명 거리가 먼 것이다. 반 시장적 정책이 불가피했음을 발표하면서도 SK텔레콤을 제외한 다른 통신기업들에게 초당과금 도입을 강요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위배된다고 하는 방통위의 논리는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신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고 진입장벽이 높아 경쟁이 제한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정부 역할이 일정부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매년 이런 방식으로 민간기업의 제품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정부의 직접적인 가격통제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부의 실패'라는 심각한 과오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통신 3사의 주가가 요금 인하안 발표 이후 오히려 올랐다는 사실은 매출에 임팩트가 있는 '요금 인하안' 자체보다 정부의 규제 불확실성이 민간기업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직접적인 가격통제가 아니라 경쟁을 촉진시켜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데 두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과점 경쟁 체제에서 경쟁이 제한되고 있는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통신기업들의 담합이 있지는 않은지, 반소비자적인 부당 영업행위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의 정부의 중요한 역할은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던 정보통신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투자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통신산업은 단말기 산업, 콘텐츠산업, 장비제조 산업 등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매우 클 뿐 아니라 현재 국내 투자 여력이 존재하는 몇 안되는 산업중 하나다. 이번 요금인하가 통신기업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킴으로써 4세대를 비롯한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령 가격이 문제라면 시장진입요건을 완화하고 플레이어(Player)의 수를 늘려주면 될 일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민간 통신기업의 소매가격에 대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손을 대는 일은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가 되었다. 규제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들은 더욱 방어적일 수 밖에 없으며 통신기업들의 자율경쟁에 기반한 시장경쟁 활성화는 멀기만 한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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