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들이 벌이는 연구개발사업의 보안관리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5년간 첨단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160건이나 적발되고 추산 피해금액만도 253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오랜 기간 막대한 자금을 들어 개발한 첨단기술이 관리를 제대로 못해 수돗물 새듯 줄줄 새며 고스란히 도둑을 맞고 있는 셈이다. 기술보안에 대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다져야 할 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이상민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26건, 32조9270억원이었던 기술유출 적발 건수와 피해금액이 지난해에는 42건, 79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같은 기술유출이 출연연,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기업연구소 등 민간 연구개발사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초 대기업 A사에서는 에어컨의 금속표면처리 관련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는 시도가 적발됐다. 당시 이 기술이 유출됐다면 약 1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했다. 앞서 3월에는 B사 전 연구팀장이 신소자 통신용 반도체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술유출 시도는 현재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기술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고 기술을 가져 갈 경우 곧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대기업에서의 기술유출도 문제지만 실제로 기술유출에 취약한 곳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나름대로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고 보안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측면에선 취약한 게 사실이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이런 경우에 봉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중소기업 기술유출 실태조사와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1억7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예산(10억원)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중소기업 보안 지원을 위해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배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중소기업 보안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선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

기술유출이 한때 R&D사업에 직접 관여했거나 현재 참여하고 있는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 주로 자행되고, 범행 동기도 개인적인 영리 등 금전적 유혹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술유출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의 윤리나 개별기업이 처한 상황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문기술자를 인정해주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기술유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술개발자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 퇴직 기술자에 대한 기업이나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된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미래를 위해 믿을 건 첨단 기술력뿐이다. 기술유출 문제는 엄청난 국부의 유출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방지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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