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와 무역업계간 해상운임 인상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역협회가 산하 단체인 선주협회와 하주협의회를 통해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갈등을 두고볼 형편도 아니다.

양측 갈등의 근본 원인은 지난해 하반기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감한 교역량 때문이다. WTO는 올해 세계 상품교역량이 지난해 대비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에 따르면 지난 6월 세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들었다. 우리의 교역량이 두자릿수 비율로 감소한 것만 봐도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해운업은 초기 투자와 고정비용이 높은 업종이면서 운임료가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해상물동량이 줄어들어 운임료가 하락해도 영업을 해 감가상각비라도 벌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해상운임료가 낮은 수준으로 장기간 유지되지도 않는다. 저가 경쟁은 일시적이다. 해운업이 갖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이 보장한 공동행위를 이용해 해운사들이 실질적인 가격 카르텔을 형성함으로써 운임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무역업계 특히 수출업체들은 높은 가격을 무릅쓰고 선적을 할 수밖에 없다. 국제무역에서 납기 준수는 매우 엄격하므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운사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 때문에 수요량이 줄어드는 데도 운임료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해상운임 갈등은 교역량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플리게 된다. 그러나 세계교역량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심지어 2012년에나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 때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양측이 고통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슬기롭게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차선책으로 정부가 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해운업계와 무역업계는 자율적으로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해운사들은 한꺼번에 과도한 운임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몇 달 사이에 90%를 인상하고 두 달도 안되는 사이에 3∼4 차례나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운임 인상에 동의하지 않는 화주의 화물은 선적을 거부하는 행위는 화주의 처지를 악용하는 불공정 행위일 수 있다. 연간계약을 어기고 사전 통보도 없이 운임을 인상하는 것은 누가봐도 잘못된 것이다. 해운업의 특수성이 아무리 인정된다 해도 상식을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

무역업계도 해운사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운임료가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던 경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해운사들이 파산하게 되면 수출입 길이 막히게 된다. 무역파트너인 해운사들이 생존해야만 하는 이유다.

끝으로,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도 방관만 할 게 아니라 중재와 조정에 나서야 한다.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무한정 허용된 건 아닐 것이다. 양측의 갈등이 조속히 원만하게 풀려야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도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운임 부담이 과중한 영세수출업체에는 낮은 운임료를 적용토록 해운사들을 설득하고 그 차액을 다른 방편으로 보전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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