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이 A매치일정을 둘러싼 대한축구협회-한국프로축구연맹 간 갈등을 의식한 듯 해외파를 총가 동하며 K-리그 구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선수 기용의 융통성을 발휘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한국-호주간 평가전을 앞두고 K-리그 15개 구단은 허정무 감독의 용병술에 이목을 집중했다.

A매치 일정과 K-리그 경기가 사실상 충돌하면서 프로연맹은 대표 차출 거부 직전까지 갔고 축구협회가 세네갈과 평가전을 종전 10월10일에서 같은 달 14일로 미루기로 양보하면서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지만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연맹은 다음 날인 6일 열릴 주말 K-리그 일정을 변경하지 못해 이날 대표팀에서 뛴 국내파는 소속팀에 돌아가 이틀 연속 경기를 뛰는 강행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알툴 베르날데스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대표팀에 뽑힌 중앙수비수 조용형과 강민수를 동시에 기용하지 말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또 K-리그 구단 중 가장 많은 3명의 대표를 배출한 울산도 부산과 다음 날 K-리그 경기를 고려해 소속 선수 기용이 최소화되기를 희망했다.

허정무 감독은 우선 제주의 센터백 강민수와 울산의 수비수 오범석을 선발 명단에서 뺐고 교체 명단에 포함했지만 끝내 기용하지 않았다. 제주와 울산의 다음 날 경기를 의식한 조처였다.

대신 해외파 10명 중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과 미드필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수비수 김동진(제니트),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교토) 등 6명을 베스트 11에 넣었다.

허 감독은 후반 들어 국내파 이동국(전북)과 김정우(성남), 기성용(서울)을 빼고 대신 해외파 설기현(풀럼), 조원희(위건)와 K-리거 염기훈(울산)을 기용했다. 해외파가 무려 8명으로 늘었다.

이어 후반 25분에는 이청용 대신 김남일(빗셀 고베), 34분에는 박주영 대신 이 근호(주빌로 이와타)를 그라운드에 올려 해외파 10명 전원의 기량을 점검했다.

역대 A매치 사상 최다 해외파 출동이었다. 해외파는 박주영이 전반 4분 선제골을 뽑았고 수비수 이정수가 추가골, 설기현이 쐐기골을 합작하며 호주를 격파하는 데 앞장섰다.

국내파 중 풀타임을 뛴 선수는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수비수 조용형(제주) 뿐이었다. `조커` 이승현(부산)이 후반 44분 조원희를 교체 선수로 들어가 몸만 풀었다. 이 밖에 국내 K-리거 13명 중 미드필더 김치우(서울)와 수비수 오범석, 강민수,김형일(포항), 골키퍼 정성룡(성남), 김영광(울산) 등 6명은 아예 결장했다.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국내파들의 체력 손실을 막아 K-리그 구단의 불만을 최소화하면서도 해외파 기량을 제대로 점검하고 기분 좋은 승리를 낚아 여러모로 소득이 많은 경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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