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장
독일과 스페인, 알제리 등 유럽 12개 회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은 최근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는 6000㎢의 광대한 지역을 잇는 태양광 발전소 벨트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산한 전력의 80%는 생산국에서 자체 소비하고, 나머지 20%를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유럽에 보내 오는 2050년까지 유럽 전체 전기 수요의 15%를 공급한다는 매머드 프로젝트에는 4000억 유로, 우리 돈 700조원의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설 투자비용 때문에 당장은 수지가 맞을 리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타 에너지원과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다, 유럽의 인구 감소를 상쇄하는 주요 인력 공급원이자 잠재적 시장인 아프리카를 지원한다는 명분이 더해져 많은 유럽 국가들이 이 계획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중국이 현재 운전 중인 원자력 발전소 11기 외에 무려 181기를 추가 건설해서 총 192기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최근 분석도 눈길을 끈다. 192기면 현재 세계 최대 원전 보유국인 미국(104기)의 두 배, 일본(53기)의 4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중국은 지난 2006년 현재 900만 kW인 원전 발전용량을 4000만 kW로 끌어올리기로 했다가 2007년 이를 7000만 kW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원전 192기 건설이 실현된다면 중국의 원전 발전 용량은 2억 kW를 넘게 되는데, 이는 2009년 현재 전 세계 원자력 발전용량의 절반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글로벌 위기로 전 세계가 잔뜩 움츠러든 와중에도 에너지 분야 투자는 위축될 줄 모른 채 빅딜을 쏟아내고 있다. 위기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진리를 경쟁적으로 실천하듯 각국은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 그리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의 이중고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원자력이 집중 재조명 받고 있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이 향후 20년간 30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예정인 가운데,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 같은 이는 20년간 100개를 더 지어 미국의 원자로 수를 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발간한 백서에서 세계적으로 2007~2030년 매년 12개의 원전 건설되고, 2030~2050년에는 연간 23~54개로 그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문학적인 숫자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에너지 관련 투자, 그 중에서도 원자력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한 해 정부 예산이 1000억원이 넘지 않던 1960년대 중반부터 원자력 발전 도입을 추진, 당시 돈으로 15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서 1978년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완성했다. 스리마일, 체르노빌 등 잇단 사고로 각국이 원전 신규 건설을 사실상 중단했던 1980~90년대에도 뚝심있게 원전을 추가 건설, 원자력 발전 용량 세계 5위의 원자력 발전 대국이 됐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원자력계는 새로운 밑그림을 함께 그려가고 있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비전 아래 2030년까지 원전 18기를 추가로 건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59퍼센트까지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해 8월 발표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우라늄의 활용도를 지금보다 100배 높이는 등 안전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개발을 위한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을 역시 국가 정책으로 확정했다. 원전을 대폭 확충하는 동시에 획기적인 미래형 원전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미래 원자력시스템 개발 장기 추진계획의 핵심이다. 이 두 계획을 날줄과 씨줄 삼아 향후 20년간 그리고 그 이후까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가 그려가는 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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