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일 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부회장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환경보전국장 카이 슐레겔밀히에게 필자가 물었다. 첫째, 독일은 왜 신재생에너지 이용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하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가. 둘째,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와 같은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 본 적은 없는가.

우문현답이었다. 카이는 명쾌하게 답변했다. FIT제도가 아닌 다른 제도를 도입한 나라의 명백한 실패를 보고 있는데, 왜 다른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가. 또 이미 성공하고 있고 독일을 신재생에너지 최고의 선진국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FIT 제도를 바꿀 이유가 무엇이 있는가? 그리고 덧붙였다. 자신은 "한국이 실패로 가는 길을 선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현재 성공할 수 있는 길을 가고 있는데 실패할 수 있는 길로 바꾸려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FIT를 유지하고 있는 독일은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진국이며 녹색생활과 녹색기술에서 앞서가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탄소배출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은 FIT를 2000년에 시작했고 2004년에 개선해서 지금까지 시행해 오고 있다. 그리고 매년 목표량을 초과해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달성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RPS 설명회 자료를 보면 RPS제도 도입의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영국과 미국의 사례이다. 영국은 2002년 RPS와 유사한 RO(Renewable Obligation)를 도입한 이후 단 한 번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량을 달성한 적이 없다. 미국은 많은 주에서 RPS 보다 FIT가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판단 하에 유럽을 모델로 FIT 도입에 관한 법제정 및 규정마련을 하고 있다.

FIT 제도는 현재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이스라엘 등 46개 나라가 도입, 시행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FIT 제도를 채택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RPS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관련 분야 신장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FIT와 RPS를 시행하고 있는 해외의 사례들을 비교해 본다면 적어도 FIT가 RPS 보다는 보급효과 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럼 문제는 재정이다. FIT 제도를 폐지하려는 정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예산 부족 문제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RPS라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은 비용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실제로 일본은 RPS 도입 후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온실가스 의무감축과 신성장동력 산업을 위해 국가와 국민이 미래투자를 위해 국가재정을 지출하고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근시안적 관리를 해나갈 것인가의 문제일 뿐이다.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원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도 없고 미래를 맡길 수도 없다. 그것은 필연이다. 화석 연료를 활용해 환경을 오염시켜 온 대가로 지구는 위험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화석연료 보다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만들고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사는 방법이다. 탄소배출권의 문제는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다.

RPS 제도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실제 많지 않고 공청회 등 제대로 된 논의도 없었다. 이제 겨우 RPS라는 제도가 있다는 정도다. 그렇다면 RPS 제도 도입과 관련한 민의를 수렴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산-학-연 관련자들이 모여 정보를 모으고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공이 검증된 제도를 폐기하고 성공이 불투명한 제도를 도입하려면 당연히 충분한 과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저탄소 녹색성장은 일년소계가 아니라 백년대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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