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가능성 여전히 커
쌍용차 노사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극적으로 찾아내면서 77일째 끌어온 평택공장 점거농성 사태가 해소되고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장기간의 생산중단으로 파산 위기를 맞은 쌍용차가 회생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파업 손실이 발생한 데다 납품체계와 영업망이 붕괴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쌍용차가 회생을 도모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쌍용차가 예전의 생산력을 회복하기 전에 파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업계에서는 내놓고 있다.

◇"라인 재가동ㆍ회생계획안 작성 주력" = 일단 쌍용차는 최단기간에 시설을 복구해 생산에 착수할 방침이다.

2-3일 안에 시설을 점검하고 훼손된 설비를 복구하면 7-10일 내에 생산재개 준비를 완료하고 매월 3천 대씩의 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쌍용차는 보고 있다. 생산이 재개되면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5월 계속기업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을 당시 기준으로 했던 올해 2만7천대 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기업가치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회생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다는 게 쌍용차의 주장이다.

쌍용차 협력사들도 전날 쌍용차에 대해 조기 파산 신청을 냈던 것을 취소하기로 하고 직원들을 동원해 쌍용차의 생산시설 복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생산이 중단되면서 미출고된 상당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생산재개와 동시에 차량을 판매해 시설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은 금융권을 통해 지원받는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이 경우 쌍용차는 회생을 담보할 수 있는 시한으로 여겨졌던 8월 중순 이전에 생산을 재개하게 되는 만큼 다음달 15일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법원과 채권단이 `이행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할 만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것도 쌍용차 경영진이 힘을 쏟아야 할 일이다.

◇"회생 가능성, 회의적" = 업계 안팎에서는 쌍용차가 조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이미 회사가 파산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점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1만4천590대, 손실액은 3천1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돼 있다.

쌍용차에 납품 의존도가 50%를 넘는 1차 협력사 32개사 중에는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 중인 업체가 4곳이고 25개사가 휴업 상태다.

주요 2차 협력사 399개 중에서는 도산 내지 법정관리 중인 곳이 19곳이고 76개 회사가 휴업 중이다.

차량 판매마저 사실상 중단되면서 영업망 역시 극도로 취약해진 상태이다.

이 같은 최악의 사업조건 때문에 공장이 다시 돌아가더라도 쌍용차가 파산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심각하게 악화돼 차량이 생산되더라도 안 팔릴 가능성이 크고,파업 뒤에는 불량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쌍용차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판매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때문에 법원이 쌍용차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이전에 회사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고 법정관리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생계획안 제출시 절차는 = 법원이 계획안 제출일인 다음달 15일 이전에 회생절차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쌍용차는 예정대로 회생계획안을 낼 수 있다.

그러면 법원은 해당 계획안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 이행 가능한 것인지를 따진다.

요건에 맞고 이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제출일로부터 1∼2개월 내에 집회기일을 잡으며 집회에서 채권단이 회생계획안을 심리해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이 계획안에 동의하면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려 쌍용차의 법정관리 상태는 지속되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생절차가 폐지될 수 있다.

법원이 곧바로 회생절차를 끝내지 않고 쌍용차에 이행 가능한 회생계획안을 새로 제출하라고 명령할 수도 있지만 이때는 채권단의 상당수가 계획안 재작성에 동의 하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재작성을 명령할 정도의 사유가 필요하다.

결국 쌍용차는 장기간의 생산 중단을 만회하면서 기업가치를 청산가치 이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계획안을 만들어 법원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다음에 채권단의 동의까지 받아내야 법정관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쌍용차 청산된다면 = 법원과 채권단이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인정하지 않으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는다.

자산을 처분하고 채권자에게 분배한 뒤 채무자(회사)가 해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파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채권 변제의 우선순위는 산업은행의 평택공장 담보 채권(2천380억원)에 이어 직원들의 임금 채권(5월 말 현재 500억원대) 순이다.

액수로만 따지면 협력업체들의 매출 채권(2천670억원)이 가장 크지만, 이는 무담보이자 후순위 변제 채권인 만큼 사실상 변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영세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 있다. 파산 이후 쌍용차는 완전 청산하거나 제3자 매각을 통해 새 법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쌍용차와 정부, 채권단, 협력사들은 인수 대상자를 찾아 우량 자산과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쌍용차는 분리하고 떼어낼 부실 자산이나 사업이 존재하지 않고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어 매각 방안이 쉽지 않아 보인다.

카톨릭대 김기찬 교수는 "미국 GM의 사례처럼 쌍용차가 우량자산만 남긴 `굿 쌍용`으로 거듭날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이는 채권단을 포함한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 같은 자산 처분 및 회사 정상화 계획에 합의할 경우에 가능한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특히 GM은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채무를 보증해 줬기 때문에 새 회사로 거듭났지만 쌍용차의 경우 장기간의 파업으로 자생력이 매우 취약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산한 뒤 인수 대상자를 찾는 일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쌍용차는 현재 인수 의향이 있는 해외 업체들이 있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인수자가 나타날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청산 절차를 거친 쌍용차가 인수자 없이 표류할 경우, 그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협력사와 영업망 등 직간접적 고용인구가 20만 명에 달하는 등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크고 평택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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