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위기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리인상, 중소기업 지원 축소, 주택담보대출 제한, 감세 유보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경기회복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현시점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쉽사리 논란이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

KDI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한 비상조치들을 이제는 거둬들여야 한다며 출구전략 논란에 불을 지폈다. KDI는 정부의 비상조치들이 반시장적이고 모럴해저드를 확산시킬 수 있으며 구조조정을 막아 경제체질을 약화시킨다며 출구전략은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축소할 것을 권고하며 13개 부처 163개 사업에 난립해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축소시켜 과감히 시장경쟁에 노출시킬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이 아직도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다수 중소기업의 회생의지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의 경기상황은 향후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의 최전방 부대인 중소기업의 심리지표가 다시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400여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결과, 8월 업황전망지수는 85.6으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중소기업 경기가 다시 주춤하는 양상으로 돌아선 것이다.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든 것은 맞지만 자금력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현재 중소기업 대출상황은 신용경색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회자됐던 90년대 초반보다 현저히 악화된 상황이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은 매출 부진과 자금부족을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경기를 관망해 오던 정부가 최근 유동성 회수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28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 이로 인해 시중에 넘치는 돈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부동산 투기와 물가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윤호 지경부장관도 지난주 중소기업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하반기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업계가 미리 대비할 것을 주문했고 실제 지난달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도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출구전략을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경제위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고 내년도 경기상황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는 성급한 감이 있다. 물론 한계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과 지원 대상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성급한 출구전략 논란에 휩싸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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