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 IT정보화부 차장
미국의 IT 전략가 니콜라스 카는 'IT는 중요하지 않다' 라는 자신의 책에서 IT가 과거에 비해 전략적 차별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대단한 논란이 된 이 책 내용은 IT가 실제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IT가 일용품화(commodity)돼 가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꼬집고 있다. 카는 "IT는 경쟁 우위의 잠재적인 근원(a potential source of competitive advantage)에서 단지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비용(a cost of doing business)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IT의 현 위치는 어디에 와 있는가? 이 명제에 대해 우리는 스스로 물어보고 답을 구해야 될 때가 온 것 같다.

IT는 엄연히 우리의 산업 중심이자 국가 경제의 근간이다. 녹색 성장 이슈로 '그린'이 주목받고 있지만 미래 신성장 산업이지 당장 우리 경제를 주도해 나갈 견인차는 아니다.

한때 바이오 등 기술 앞에 온갖 이름이 나열된 산업(BT, NT 등)의 현 주소를 지금 돌아봐도 자명하듯이 GT(그린 테크놀로지) 역시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새판을 짜고 있는 중이다. 지금부터 그리는 국가 청사진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다.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의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의 한국경제 성장률을 1%포인트씩 높여 잡는가 하면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루비니 교수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아 한국 경제의 봄날이 곧 오는 듯한 환상을 갖기 싶다.

경제지표 곳곳에서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0.1%)의 전기 대비 플러스 전환, 산업생산의 5월까지 5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증가 등도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재정을 조기에 신속히 집행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재정 조기 집행으로 국가 재정 건전성이 취약해 질 우려가 높아진 데다 상반기에 재정 171조원을 풀다 보니 하반기에 쓸 실탄이 100조원 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올 하반기 이후 민간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간 투자는 정부가 규제 완화, 균형감 있는 산업 육성정책 등 여건 조성을 하지 않는 한 이래라 저래라 한다 해서 될 리도 만무하다.

실제 민간 투자 추이를 보면 경기는 여전히 한파이다. 5월 설비투자 증가율은 -13.1%였다. 한 때 -25%를 넘나들며 1998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때에 비하면 낫지만 8개월째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다. 지난해 초부터 부진했던 건설수주는 그나마 나아진 게 지난 5월의 -18.5%였다.

다시 우리 주력인 IT업계의 분위기를 들여다보자. 현 정부의 'IT 홀대론'은 여전히 업계의 시각이다.

IT 특보를 청와대 내에 두겠다고 한 대통령 발언에 업계는 현 정부의 시각이 교정되나 하는 기대감도 한때 가졌지만 지금은 그러면 그렇지 식의 반응이다. 정보통신부를 없애는 등 IT는 이제 수명이 다했다는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IT 특보 또한 요원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보다 IT 강국인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각료급으로 국가 CTO(기술총괄책임관) 등을 신설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IT가 수명이 다했다면 왜 국가 CTO, 국가 CIO(정보화총괄책임관) 등 우리가 없는 직제를 두는 것일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기술도 다양한 영역이 묶여야 시너지가 난다. 때문에 IT(정보기술)라는 기술은 자동차, 바이오, 녹색성장 등과 융합되면서 해당 산업의 '촉진자'(enabler)가 되고 또한 서로 발전한다. 심지어 IT는 산업 외에도 도시와 만나 그린u시티를 만들고 예술과 만나 디지털 미디어 아트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킨다.

때문에 타자와 결합한 IT는 더 이상 (정보)기술이 아닌 '디지털'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이다. '굿바이 디지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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