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제조 업체들이 중국에 내다 팔 컴퓨터에 유해 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인 `그린댐`을 설치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컴퓨터에 그린댐 설치를 의무화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못 이겨 이를 철회하면서, 제조사들은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시장을 뚫기 위해 `알아서` 이를 설치해야 하는 것인지 눈치를 보게 됐기 때문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에 있는 세계 3위 규모의 컴퓨터 제조 업체 에이서는 이달부터 중국에 수출하는 컴퓨터에 그린댐 소프트웨어를 깔아주는 콤팩트디스크(CD)를 얹어주고 있다.

에이서 관계자는 "이는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만의 다른 컴퓨터 제조 업체인 아수스텍도 지난 1일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컴퓨터에 그린댐 CD를 묶어 팔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그린댐 설치 의무화를 연기했지만, 결국은 의무화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그린댐 CD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4위이자 중국 1위 규모의 컴퓨터 제조사인 레노버도 중국에서 판매되는 컴퓨터에 그린댐 소프트웨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레노버 관계자는 "그린댐을 설치할지 말지는 고객이 결정할 일"이라면서 "우리는 법이 정한 대로 협조하고 있으며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린댐 설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업체도 있다.

소니는 지난달 초부터 미리 그린댐을 설치해 놓은 컴퓨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가, 이를 잠정 중단했다.

휴렛패커드와 델도 자사에서 판매하는 컴퓨터에 그린댐이 설치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중국 정부는 컴퓨터 제조사들을 상대로 이달부터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컴퓨터에 유해 사이트 접근 차단 소프트웨어인 `그린댐 유스 에스코트`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통보했었다.

그러나 6월 초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소비자들과 외국 제조업체들, 미국정부 관계자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서자 그린댐 의무화 방안을 잠정 연기했다.

그린댐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데다 기술적으로도 어설프게 개발된 소프트웨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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