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블랙홀 만들어 우주 탄생 신비 연구
1994년 프로젝트 시작…80개국 9000여명 과학자 참여
올 10월 재가동 예상…물리학 획기적 발전 가져올 듯

얼마 전 영화로 개봉된 소설 '천사와악마'에는 반물질을 이용해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비밀결사 조직이 바티칸을 날려버리기 위해 반물질을 훔치는 곳으로 신비로운 연구기관이 등장합니다.

이곳이 바로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입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연구센터 중 하나인 CERN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과학장비를 사용해 물질의 근본 구성요소인 입자를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입자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작용들을 연구해 자연의 법칙을 밝히는 것이죠. 최근 CERN은 거대 하드론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이하 LHC)를 이용해 우주 탄생의 비밀, 일명 빅뱅의 신비를 밝힐 예정이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쳐 잠시 연구를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이 프로젝트가 오는 10월부터 다시 재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블랙홀 실험을 통한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LHC는 최첨단 부품소재 기술이 접목된 장비로,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최첨단 부품소재의 집약체 LHC의 구성원리=LHC는 스위스 제네바 근방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만든 입자 가속 및 충돌기입니다. 1994년에 연구가 시작돼 13억 유로가 투입된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과학자 60여명을 포함해 세계 80개국, 9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LHC의 원리는 두 개의 입자 빔을 빛의 99.999%까지 가속시켜 충돌시킴으로써 미니 블랙홀이 생성되고, 이를 통해 139억년전 우주 탄생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LHC는 지하 100미터속에 위치한 27㎞의 원형 터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LHC 위 지상에 있는 많은 건물들은 압축기, 통풍시설, 전자제어, 플랜트 냉각 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는 지상 잡음과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화기 위해서입니다.

LHC터널에는 양성자 빔을 운반하는 2개의 파이프가 들어 있으며, 각 파이프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되는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2개의 파이프에서 나온 양성자 빔은 서로 터널의 정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되며, 여러 개의 추가 자석들은 빔이 4개의 교차점으로 가도록 빔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교차점에서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또한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디지털 데이터 스트림으로 전환 후 측정, 분석을 위한 특수장치에 의해 탐지되는데 이를 위해 미국 아나로그디바이스(ADI)의 데이터 컨버터가 무려 10만대나 사용됐습니다.

컨버터는 빛, 소리, 온도, 움직임, 압력 등의 현상을 전기신호로 바꾸어주는 핵심 부품으로 하나의 6만4000리드 텅스테이트 크리스탈에 의해 포착되는 에너지의 측정을 위해 사용됩니다. 즉 10만대의 컨버터는 측정에 필요한 속도를 제공하고 크리스탈은 광자, 전자, 양전자의 에너지를 측정하게 됩니다.

◇인공 블랙홀이 지구를 삼킨다?=LHC는 양성자라 불리는 소립자를 빛의 속도까지 가속시키게 됩니다. 또한 반대 방향에서 나온 양성자 빔과 정면 충돌하게 되는데 양성자끼리 1초에 6억번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양성자가 분해될 때 검출기의 자기장은 서로 다른 종류의 물질을 걸러내게 되며, 이러한 파편들 가운데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우주의 근본 입자인 힉스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힉스 입자는 우주가 처음 태어났던 빅뱅 당시, 서로 부딪친 물질들의 질량을 정해준 입자입니다.

이처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미립자를 충돌시킬 때, 서로 부딪친 두 미립자가 결합하면서 임계 질량을 넘어 블랙홀이 될 수 있으며, 그 중 일부는 십억조분의 1초간 존재하다 사라지게 됩니다. 이 찰나의 시간 동안 빅뱅 후 최초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9월 10일 LHC가 공식 가동을 시작했을 때 전 세계 언론은 인류의 이러한 역사적인 이벤트를 앞다투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작은 블랙홀이 지구를 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인해 많은 반대 세력이 등장하게 됩니다.

과연 LHC에서 생성되는 블랙홀이 지구를 집어삼킬 수 있을까요? 결론은 아니다라는 것이 관련 학자들의 판단입니다.

이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LHC의 실험 결과 지구에 위협을 가할만한 요소에는 진공거품(vacumm bubble), 자기홀극자(magnetic monopole), 기묘치(strangelet) 등 다소 생소한 현상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적인 현상들이 지구를 삼킬만한 요소가 되느냐에 대해 과학자들 중 대다수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최근 내렸습니다.

우주에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의 흐름, 우주 선(cosmic ratys)이 있는데요, LHC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원운동하는 두 개의 양성자 빔을 충돌시키는 실험기구이고, 이 때의 충돌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7000배에 이르는 에너지를 갖기 때문에 우주선에는 LHC의 충돌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진 양성자들이 많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즉 우주 자신이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LHC와 비슷한 실험을 해 온 셈입니다. 또한 LHC에서 블랙홀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 수명은 극히 짧습니다. 이는 블랙홀의 질량이 결손하며 열이나 전자기파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호킹복사 때문이며 이 정도의 수명으로는 지구를 집어삼키기에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라는 결론입니다.

CERN은 재가동 시점을 올해 10월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비록 반대 여론도 일부 존재하지만 이론대로 실험이 성공하게 된다면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층 다가설 수 있으며, 우주의 기원과 물리학의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길재식기자 osolg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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