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근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지난 해 가을 서브프라임 위기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은 지난 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나지나 않을까 혹은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기침체가 재현되지나 않을까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다행히 정부의 비교적 신속한 대응으로 전면적인 금융시스템 위기의 발생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안전하게 보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만 했던 시기였다.

흔히 안전자산으로는 달러화나 금이 손꼽히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안전자산은 국고채나 국민주택채권과 같은 우리나라의 국채일 것이다. 국채는 국가가 원리금의 지급을 책임지므로 안전한 자산이고 은행예금 못지않은 이자율을 지급함으로 수익률 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필요하면 언제든지 팔아서 현금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국채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2006년에 통계청에 의해 조사된 가계자산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8000여 조사가구 중에서 은행예금을 보유한 가구의 비중이 96.8%인데 비해 채권을 직접 보유한 가구의 비중은 0.9%에 불과하다. 이는 주식을 직접 보유한 가구비중인 10.1%에 비해서도 매우 적은 숫자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의 채권투자 비중이 낮은 것은 채권이라는 금융상품이 생소한 데에도 원인이 있지만 일반투자자로는 국채에 투자한다는 것이 그다지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데에도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우선 국채가 전문적으로 거래되는 장외시장과 거래소 국채전문유통시장의 최소 거래단위가 각각 100억 원과 10억 원이라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 동안 정부와 유관기관의 노력으로 소액채권 투자자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나 아직 이용자가 많지 않다. 물론 소액으로 채권에 투자하려는 일반투자자는 증권회사를 통해서 직ㆍ간접적으로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주식투자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는 불편하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채권형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방안도 있으나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투자자에게는 매년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아깝게 생각될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가 보다 손쉽게 국채에 투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저축채권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저축채권이란 개인투자자를 위해 마련된 소액국채상품이다. 미국의 경우 저축채권(Savings Bond)이라는 제도를 통해 25달러 이상의 소액으로도 국채에 투자할 수 있다. 이 채권은 액면가에 판매되고 이자를 지급하는 한편, 만기 이전에 환금하고 싶을 경우 정부가 다시 액면가에 되사주기 때문에 안전성, 수익성, 유동성이 모두 확보되어 있다. 특히 전자채권으로 발행되는 EE Bond는 재무부 웹사이트에 개설된 개인 계정을 통해서 구입ㆍ보관ㆍ환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일본과 영국도 개인투자자를 위한 국채를 별도로 발행하고 있다.

저축채권의 도입은 여러 가지로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크게 늘어난 재정지출의 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령자일수록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국채상품의 제공은 고령화에 대한 대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IT 문화와 기반이 잘 발달되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웹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전자 저축채권제도가 도입된다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설에는 아이들에게 저축채권으로 세뱃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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