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자재 값 안정으로 발주 물량 늘어
아부다비.사우디.카타르 `블루칩` 부상

중동의 플랜트 건설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초 쿠웨이트 알주르 제4정유공장을 비롯해 국내 건설사가 중동에서 수주한 공사들이 잇따라 취소되는 등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던 중동 건설시장이 유가상승과 경제 안정 분위기 속에서 플랜트 위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대형 석유재벌들은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뤄뒀던 정유 및 가스플랜트 공사의 발주를 재개하는가 하면, 신규 투자도 늘릴 태세다.

건설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중동지역에서 대형 플랜트 공사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국내 건설사의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중동 플랜트 시장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이 주도할 전망이다. 이들 국가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60-70달러를 웃돌자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연초에 미뤄뒀던 공사들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UAE의 경우 한때 국내 건설사의 요람이었던 두바이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면서 `지는 별` 신세가 되었지만 탄탄한 재정을 보유한 수도 아부다비는 `뜨는 별`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막강한 부존자원과 국가 재정을 이용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정유ㆍ가스플랜트 공사 200억 달러, 원자력발전소 200억 달러 등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발주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현대건설 이혜주 두바이 지사장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이 운영하는 국부펀드(SWF)는 8천750억 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며 "특히 하반기 이후 공급될 아부다비의 플랜트 공사는 단위당 발주금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대형 공사가 대부분이어서 우리 건설사끼리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내년 초까지 아부다비에서 4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GS건설과 SK건설도 아부다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GS건설은 현재 아부다비에 11억 달러 규모의 그린 디젤 정유시설 건설공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 공사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SK건설도 올 들어 아부다비 합샨의 가스 압축 플랜트 공사(9억1천만달러)와 알 림 아일랜드(Al Reem Island) 건축공사(3억7천만달러)를 잇따라 수주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UAE는 원유와 가스 매장량이 각각 세계 5위의 국가로 이중 원유 생산량의 90%가 아부다비에 집중돼 정부 재정이 탄탄하다"며 "앞으로 나올 공사에 대비해 활발한 사전 수주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전 기술이 UAE에 수출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최근 UAE가 추진 중인 60억 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 입찰 사전자격심사(PQ)에서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삼성건설이 참여한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통과했다.

건설업계는 우리 원전 기술이 미국이나 프랑스의 원전보다 전력 생산 단가가 낮고, 원전을 30년간 무사고로 운영해 탄탄한 기술력도 입증된 만큼 수주 가능성이 큰것으로 점치고 있다. 카타르에서도 올 하반기 이후 대형 공사가 쏟아질 전망이다.

카타르는 세계 3위의 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 부국으로,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투자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이달 말 입찰 예정인 PMP(가스탈황ㆍ탈산시설) 가스플랜트 공사를 시작으로 향후 1-2년 내 바르잔 가스공사, 글로벌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의 GTL 공사 등 약 300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카타르에서 발주될 것으로 보고 있다.

PMP 가스플랜트에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각각 일본의 도요(Toyo), JGC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하게 된다. 호남석유화학이 카타르 석유화학공사와 추진하고 있는 70억-80억 달러 규모의 에틸렌 공장도 지난해 글로벌 위기가 닥치며 중단됐다가 최근 재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 김정철 상무는 "카타르는 국가 자체적으로 파이낸싱 능력이 뛰어나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정도만 지속된다면 투자규모를 계속 늘릴 것"이 라며 "플랜트뿐 아니라 도하 공항 확장 공사나 카타르 투자청의 이집트 최고급 호텔공사 등 건축공사 발주도 줄을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사가 발주한 주베일 정유 플랜트 공사의 입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SK건설 등3개 건설사가 27억2천만달러 공사의 최저가 응찰업체로 선정돼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아람코는 또 조만간 사우디 얀부 지역에 짓는 1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 플랜트 건설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어서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플랜트 수주 전망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중동 실장은 "유가가 발주처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50달러를 훨씬 넘었고, 자재가격도 떨어질 만큼 떨어진 만큼 하반기 이후에는 플랜트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 7-8월에만 국내 건설사가 중동에서 20억 달러 이상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현장에서 점점 우리 건설사끼리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공사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주문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해외 공사의 저가 수주는 결국 해외 발주처만 배를 불린다는 점에서 국부유출과 다를 바 없다"며 "건설사끼리 지나친 경쟁은 피하고, 정부 차원에서 건설사의 참여를 사전에 조율하고 효과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