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수요기업과 개발기업, 여기에 신뢰성 평가기관까지 가담한 구매조건부 SW제품개발 시범사업이 출범한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의 수요자와 개발자가 SW개발의 전 과정에 함께 하게 되면 맞춤형 품질이 보장되고 대가산정이나 유지보수 등의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어 임베디드SW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각종 산업 제품에서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임베디드SW의 품질이 높아지면 산업 경쟁력도 아울러 올라가므로 효과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조건부 SW제품개발 사업은 즉효를 노린 고육책에 가깝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면도 없지 않다. 그동안 정부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을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2006년부터 정부가 나서서 SW 제값 주고 사기 운동이나 SW개발자 처우 개선 등의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발전의 전환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 SW산업은 선진국 대비 2년(정보통신연구진흥원 분석 2007년 기준 2.2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한다. 정신적 창작물인 SW산업에서 2년의 격차는 제조산업에서 그 2~3배의 낙후에 해당하는 큰 격차다.

휴대폰 가전 조선 자동차 등의 하드웨어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그 안에 탑재되는 SW는 선진국과의 갭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주요 수출품목인 휴대폰이나 가전 등의 임베디드SW는 핵심 부분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IT시장 조사기업 VDC에 따르면 휴대폰 자동차 등의 하드웨어에 탑재된 SW의 원가 비중은 이미 50%를 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비중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만 잘 만들어서는 이제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다행히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책들을 수립해왔다. 선진국들이 선점한 패키지SW 보다는 하드웨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임베디드SW의 육성에 중점을 둔 것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을 IT에 한정하지 않고 전 산업분야로 파급시켜 SW산업의 생태계를 바꾸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IT과 산업과의 융합에서 접착제 역할을 소프트웨어가 맡는 구도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임베디드SW와 공개SW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추경까지 동원하며 684억원을 투입키로 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이번에 구매조건부 SW제품개발 사업에 착수키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사업에 수요기업과 개발기업뿐 아니라 SW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관이 참여하는 형태로 그동안 임베디드SW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수요자와 개발간 다툼 가능성을 봉쇄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도 항공 선박 자동차 의료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낙후된 분야를 선정해 도전의식을 고취한 느낌이다.

이번 구매조건부 SW개발사업 착수를 계기로 시간과 양적 성과에 치중한 평가를 지양하고, 창의성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긴 호흡의 평가체제가 자리잡아야 한다. 수요기업과 개발기업간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요소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등 연구기관들의 참여체제도 필요하다. 아울러 임베디드SW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각 산업 분야별 표준화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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