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환경규제 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EU,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 국가들이 앞다퉈 환경 규제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다. 환경 규제는 합법적인 무역기술장벽(TBT)으로서 대응에 실패하면 국제 무역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엊그제 미국 오바마정부가 2016년부터 자동차 평균 연비 허용 기준을 ℓ당 15.1㎞ 이상으로 높이기로 한 것도 그 하나다.

그에 앞서 EU는 2012년부터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치를 1㎞ 당 130g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막대한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비를 현재 보다 20% 이상 향상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자동차 연비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소형차가 주력품목이고 하이브리드카 기술도 일본의 80%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넘지 못할 관문은 아니다.

문제는 전자 화학 제품 등에 잇달아 도입되고 있는 규제들이다. EU는 역내에서 사용, 수입되는 연간 1t 이상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ㆍ신고ㆍ허가ㆍ제한절차를 담은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최근 도입했다. 전기ㆍ전자제품에 납,카드뮴 등의 사용을 제한하는 RoHS, 폐전기전자제품의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 정도를 규정하는 WEEE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2020년까지 EU가 총 90여개의 신규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의 규제에 자극받은 중국과 일본 미국 등도 앞다퉈 비슷한 규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전자정보제품 오염방지법을, 일본이 전기전자기기 특정화학물질 함유표시 규제를 이미 도입했다.

이러한 환경 규제들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어느 한 순간에 수출길이 완전히 끊기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는 보통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기 때문에 사전에 규제에 대한 정보 입수와 이해, 그에 다른 생산공정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사후적으로는 해당 물질의 함유 여부를 신고하고 해당 국가 검사 기관의 검사를 거쳐 검증을 받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에 개설된 지원센터는 주요 수출국의 환경정책과 환경규제, 화학물질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함께 규제 대응방안에 대한 온ㆍ오프라인 상담, 지역별 홍보와 교육, 현장 컨설팅 등을 벌인다고 한다. 지역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천안,대전 등 전국 5개 지역센터도 둘 계획이다. 지경부는 우선 올해 112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해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센터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우리 수출기업들의 국제 환경 규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5680개 수출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의 기업이 새 환경규제에 대해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가 지난해 말까지 수출기업들의 REACH 사전 등록을 대부분 마무리했다고 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특히 중소 수출기업들의 대응태세가 미비했다. 생산 공정의 혁신과 우회 기술의 개발도 규제에 대한 위기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에서 인식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기업들의 부담 가중도 문제다. 기업들이 제품의 유해물질 검사와 등록 등을 하는데 건당 수천 만 원에서 최대 수십 억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등록ㆍ신고ㆍ허가와 검사에 따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우리 대행업체의 육성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환경 규제가 늘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컨설팅 등록 및 검사 대행 등 환경규제 서비스 시장의 진출도 필요하다.

국제환경규제 지원센터의 개설을 계기로 규제에 대응하는 수동적 자세에서 먼저 친환경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 시장을 선점하는 능동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국제 환경규제는 단순히 비용을 유발하는 규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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