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14일 `신영철 대법관의 직무 수행은 부적절`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데 이어 15일 서울동부 및 북부지법에서도 단독판사회의가 잇따라 열렸다.

서울지역 법원에 이어 부산, 인천지법 소장 판사들도 신 대법관 문제와 관련한 입장 정리를 위해 내주초 판사회의를 예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소장판사들 대법원에 反旗? = 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논란과 관련해 서울동부지법 단독판사들도 15일 연 판사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 법원 단독판사들은 이날 회의에서 "신 대법관의 행위는 명백한 재판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전날 중앙지법 판사들이 정리한 입장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 판사들은 전날 개최한 판사회의에서 대법원이 신 대법관 사태를 다룬 방식을 비판했다.

이들은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촛불집회 피고인 보석을 자제하도록 하거나 현행법에 따라 선고하라고 채근한 행위는 명백한 재판개입이라고 규정했으며, 촛불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거나 반대로 일부 판사들을 배제하고 배당한 것 또한 월권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사들의 입장 정리는 "신 대법관의 행위가 사법행정권의 일환이었지만결과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부적절했다"는 공직자윤리위원회 결론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고 조치도 비판하는 것이다.

판사들이 신 대법관과 관련해 자정이 넘도록 격론을 벌인 끝에 `물러나라`가 아닌 `대법관직 수행이 부적절하다`는 문구를 내놨지만 이는 다른 법관의 거취를 언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대 여론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한 것일 뿐 실질적으로는 최고 수준의 압박 카드를 내놓은 것이란 해석이 많다.

신 대법관이 용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회의 참석자 전원의 뜻은 아니라고 하지만14일 회의 참석자 88명 가운데 60% 이상이 여기에 뜻을 모았고, 법원 내부망에 올라온 20여개 글 중에도 용퇴를 촉구하는 글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최소 60~70명 이상의 판사들이 이미 공개적으로 신 대법관이 스스로 거취를 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 대법관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연판장이 돈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판사들 움직임 확산되나 = 문제는 이런 흐름이 지금 같이 서울의 단독판사 중심의 구도를 벗어날 수 있느냐에 있다.

일부 지역 단독판사들의 요구가 아닌 법원 내부의 전반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다면 젊은 판사들의 요구는 `치기` 정도로 치부돼 궁극적으로 신 대법관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의 경우에는 신 대법관이 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재직 중 재판 개입을 했다는 이유로 상당한 `피해 의식`을 갖고 있어 다른 법원에 비해 강성 의견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법의 결과를 일단 지켜보자며 판사회의 개최 일정을 유보하고 있는 전국 법원에서 14일의 결론을 보고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가 향후 사태 추이를 판가름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동부지법과 북부지법이 각각 단독판사회의를 열었고, 부산지법과 인천지법 단독판사들도 내주초 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아직 많은 지방 법원들에서는 물밑작업만 진행되고 있을 뿐 판사회의가 소집될 기미가 없다. 단독판사들에 국한돼 있던 신 대법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점점 간부급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일부에선 포착되고 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법리상 신 대법관을 징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재판개입, 배당권 남용이라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후배들이 존경하지못하겠다고 나서는데 대법관 자리에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장판사급인 윤종수(45.사법연수원 22기) 논산지원장도 전날 코트넷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올라오는 글들은 과열까지는 아니더라도 판사의 글 치고는 보기 드물게 온도가 높다는 느낌이 든다"고 경계하면서도 "이쯤에서 대부분 판사의 선배이시고 법원에 대한 사랑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신 대법관님께서 결단을 내려달라"며 용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법원 전체적으로는 소장 판사들의 집단적 움직임이 적절치 않다는 반대 의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차라리 당신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다면 또 다른 문제지만 어떤 법관도 다른 법관에게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는 매우 모독적인 것"이라며 "부장판사 이상의 대부분 생각은 신 대법관이 다소 비판을 받더라도 사퇴하지 않는 편이 법원을 위해 훨씬 좋다는 것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 신 대법관 입장 바뀔까 = 후배 판사들이 용단을 내려줄 것을 우회적으로 촉구했지만 지금까지 모습에 비춰본다면 신 대법관이 쉽게 요구에 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대법관은 우선 전에 올린 사과문에서 "저로서는 당시의 여러 사정에 비춰 나름대로 최선의 사법행정을 한다는 생각에서 또 법관들도 제 생각을 이해해 주리라는 믿음에서 재판 진행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된 것"이라며 재판 개입 의도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자신이 법원 안팎의 `여론몰이`에 밀려 나가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 사법부에장기적으로는 더 큰 짐을 주고 나아가 자신을 제청한 대법원장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하여 제가 얻게 된 굴레와 낙인은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는 제 짐입니다"라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서울지역 단독판사들 사이에서 나온 신 대법관 용퇴론이 법원 내에서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을지가 `5차 사법파동` 비화여부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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