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상무


요즈음 벤처캐피털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던 벤처캐피털이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털을 둘러싼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벤처캐피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아닐까라는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환율이 안정되고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공개시장이 지난 2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도 벤처캐피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또 모태펀드가 예년에 비해 많은 예산을 벤처펀드에 출자하고 국민연금도 상반기에 출자가 예정돼 있으며 신성장동력펀드도 올해 상반기 중에 5000억원 이상이 결성될 예정이다. 벤처펀드 결성이 호조를 나타낼 전망이고 지금과 같은 침체기에 투자한 결과가 향후 좋은 투자성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험이 벤처캐피털을 분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올해가 벤처캐피털이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있는 시기라면 이 기회를 활용해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벤처캐피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벤처캐피털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개선해 국내외 환경의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고 결과적으로 벤처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1986년 창업지원법 도입 당시 벤처캐피털에 대한 정책의 중심이 '회사'였다면 이제는 '펀드'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펀드는 조합원과 운영사(벤처캐피털)간의 규약이 우선시 되어야 하며 법적인 규제를 최소화해 시의적절하고 다양한 펀드가 결성될 수 있도록 규제의 틀을 법에서 규약으로 바꿔야 한다.

회사중심의 제도로 인해 아직도 상존하고 있는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포괄적 규제라든지 투자의무비율, 투자금지업종 등 벤처투자를 제약하는 규제에 대한 과감한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해외투자와 관련한 규제 개선도 하루 속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중 하나다. 현행 법령상 해외투자는 국내에 먼저 투자한 후에나 가능하며 투자금액도 국내투자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해외에 아무리 훌륭한 투자업체가 있어도 국내 투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국내 투자가 있어도 국내 투자금액을 초과할 수 없으니 투자가 불가능 할 수 있다.

외국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벤처펀드에 적극적으로 출자할 수 없는 당연한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의 글로벌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국제적인 기준에도 맞지 않는 벤처캐피털의 우선손실충당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우선손실충당제도로 인해 출자자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펀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며 벤처캐피털의 존립기반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벤처캐피털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은 벤처캐피털 관련법을 통합하고 새로운 '벤처캐피털법'을 제정하는 일이다. 현재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사업금융회사, 그리고 산업발전법에 의한 기업구조조정회사(CRC)로 구분된 유사벤처캐피털을 통합하여 미국과 같은 '중소기업투자회사법(가칭)'을 만들고 벤처캐피털을 중소ㆍ벤처기업을 위한 지원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하고 육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벤처캐피털이 중소ㆍ벤처기업의 창업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한 투자의 대상이나 투자방법에 있어 다양한 규제가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벤처캐피털은 자생력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ㆍ벤처기업의 창업과 성장, 구조조정 등 성장단계에 따른 적정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는 선진적 벤처캐피털 제도의 확립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털이 바라는 미래는 정부의 정책자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벤처펀드가 국내외적인 여건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경쟁력 있는 하나의 금융상품으로서 인정받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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