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자동차뿐 아니라 자전거에서도 유럽최대의 생산국이다. 그만큼 자전거가 보편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 왼팔을 들어 좌회전 신호를 보내는 모습이 이방인에게는 이색적이지만독일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거리의 풍경이다.

독일의 교통관련 통계에 따르면 독일인의 80%가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다. 인구 350만명인 수도 베를린의 경우 자전거의 숫자가 약 300만대로 1인당 거의 한 대꼴로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다. 베를린 인구의 약 10%인 35만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고,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도 10% 수준이다.

베를린의 자전거 도로는 전용도로 150㎞, 전용차선 60㎞, 버스-자전거 공용차선70㎞, 보행자-자전거 공용도로 100㎞, 보행로의 자전거길 50㎞, 기타 비포장 자전거길 190㎞ 등을 합쳐 총 연장 620㎞에 달한다. 이밖에 제한속도 시속 30㎞ 이하의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제한없이 탈 수 있도록허용하고 있다. 베를린 도로의 72%인 3천800㎞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자전거를 가지고 지하철이나 전철, 버스를 탈 수 있다.

이처럼 잘 짜인 교통망과 다른 대중교통과의 연계 등 덕분에 베를린에서는 자전거만 있으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사실상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특히 베를린시는 자전거가 공해, 교통체증, 소음, 에너지난 등을 줄이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으로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판단 하에 2003년 시 교통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자전거 교통 전략'을 마련했다.

당시 정당 관계자들과 경찰, 교통회사, 교통정책 담당자, 자전거 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여한 `자전거위원회'는 "일상생활에서 자전거 보유자들의 이용 상황을 개선한다"는 목표 하에 교통전략에 관한 광범위한 토론을 벌여 이 같은 전략을 도출했다.

시는 이 전략에 따라 자전거의 수송 분담률을 2010년까지 현재의 10%에서 15%로 늘리고 자전거 사고 사망자수는 절반, 부상자는 3분의 1가량 줄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민 1인당 5유로(한화 약 8천700원)의 자전거 관련 예산을 확보해 자전거길 확대, 자전거 보관대 설치 등의 인프라 구축에 사용할 방침이다.

베를린 시는 2000년부터 자전거 교통에 관한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고 있다. 이 후 매년 200만-300만 유로의 예산을 배정해 장거리 자전거길과 베를린 장벽 자전거길 개발 등에 투입했다. 베를린 시가 자전거 활성화에 역점을 두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탁월한 수준인 독일의 자전거 인프라와 높은 자전거 보유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접근성, 안전 등의 문제 때문에 실제 이용자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2002년 `독일 이동성 교통조사'에 따르면 독일 성인 중의 약 50%가 정기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수치이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로서는 다소 불만스러운 수치이다.

이 조사에서 자전거를 정기적으로 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전거로의 `접근성'이 불편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거주지와 가고자 하는 목적지 근처에 자전거 보관대가 있어야 편안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개정된 베를린 주택건설법은 새 건물을 지을 때 자전거 보관대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 덕분에 가로등이나 도로의 가드레일, 나무 등에 자전거를 묶어놓는 광경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안전 문제도 자전거 이용을 주저하게 하는 큰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베를린 전체 교통사고에서 자전거와 관련된 사고의 비율은 4.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위험이 있는 자전거와 자동차의 접촉사고가 75%를 차지했고 교통사고 사망자의 63%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라는 통계는 자전거 안전의 제고 필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부주의나 백미러의 `사각지대' 때문에 뒤에서 오는 자전거를 보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많았다.

이 때문에 베를린 시는 헬멧 착용, 자전거 전조등과 후면 야광표시등 설치, 초등학생들의 자전거 학교 과정 이수 등 자전거 안전 운행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안전 운행을 위한 10개항의 주의사항을 공지하고 있다. 또 자전거는 교차로에서 자전거용 교통신호등을 준수해야 하고 별도의 신호등이 없을 경우 보행 신호를 따라야 하며 8세 이하의 어린이는 보행로에서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자전거 도난사건도 골칫거리이다. 독일에서는 매년 약 40만대, 베를린에서만 2만3천대의 자전거가 도난당하고 있으나 이중 도둑을 잡는 경우는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전거 도난 사건은 자물쇠를 잘 잠그는 것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독일 소비자단체가 추천하는 U자형의 자물쇠는 가격이 30유로 이상이다.

또 과거에는 보험사들이 주택보험에 가입하면 자전거 도난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지급했으나 최근에는 연 20-50유로의 별도 보험료를 받고 있다. 베를린자전거협회(BBBike)는 절도범들이 매력적인 범행대상으로 느끼지 못하도 록 10유로를 받고 자전거 안장에 생년월일과 이름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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