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천 법무법인 한영 기업금융팀 변호사


2002년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일본 소니를 추월했을 때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소니가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생각이 기우였던지 2008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소니의 4배가 되었다. 2006년 일본 도요타가 미국 GM을 누르고 자동차 생산대수 기준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세상은 어느 자동차업체도 당분간 도요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힘들 것이라 했다. 그러나 불과 2년이 체 지나지 않아 금융위기 이후 도요타가 사상 첫 적자를 발표하고 입사하고 싶은 업체에서도 66위로 밀리게 되자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승자는 현대차가 될 것이라는 등의 예측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2000년 가을 캐나다 어느 시골에 화려하게 단장한 소니 매장을 구경하고 있는데 동행한 현지인이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전자업체는 뭐냐고 해서 삼성전자라 답했더니 처음 들어보았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삼성이 소니처럼 되기를 바란다고 해서 고맙다고 하긴 했지만 과연 내 인생에 그러한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불과 10년이 되기 전에 이러한 상황이 오다니 정말 감동적이다.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의 주가는 크게 오르고, 기업의 구성원들도 사회분위기 때문에 내놓고 자축은 못하지만 은근히 보상을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는 해당 기업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위기로 인한 반사이익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역샌드위치 효과의 덕도 보았다는 말인데, 환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면 그 효과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성공한 자에게는 성공했기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따라다닌다.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로마에서 벌어진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장장 120여 년 동안 카르타고와 생사를 건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는 '지중해는 로마의 호수'라고 할 만큼 영토가 넓어지자, 귀족들에게 포로ㆍ노예ㆍ평민들을 이용해 라티푼디움 이라는 대농장을 경영하게 하였다. 이 토지가 너무나도 넘쳐나 수확물이 많아진 관계로 큰 타격을 받은 자영농민들이 몰락하게 되었다. 귀족들은 더욱 부요하게 된 반면에, 군사의 근간을 이루게 된 자영농민들이 없어지자 군사력이 급격히 취약하게 되었고 민중들의 봉기와 귀족들의 불만으로 결국 로마공화정이 멸망하게 되고 말았다. 비록 카르타고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로마가 그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빈부격차를 줄이고 자영농민들을 보호하였더라면 로마공화정이 그렇게 쉽게 흔들리거나 멸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 최고의 전략가인 다케다 신겐은 승리에 관하여 '5할의 승리를 최상으로 하고 7할을 중으로 하며 10할을 최하로 한다. 5할의 승리는 탄력을 낳지만 7할은 게으름을 낳으며 10할은 오만을 낳는다' 고 했다.

실제로 복사기 업계의 강자인 제록스는 한 번 성공에 맛들인 고용량 복사기를 고집하다가 저용량 복사기 시장을 경쟁자에게 빼앗고 버렸고, 수 십년간 프리미엄 커피업계의 강자였던 맥심도 불과 수년 만에 스타벅스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지금은 봉지커피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은 선두주자일지라도 누적되는 실수를 결코 용납치 않고, 느긋한 독점적 선두를 절대로 허용치 않는다. 선두주자의 자리는 항시 치열한 긴장감을 요구한다. 단기적으로는 도전을 피해갈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스스로의 경직성과 안일함으로 인해 시장의 응징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다지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 어린아이는 자기의 힘으로 어렵게 근사한 자동차를 만들지만,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놓은 자동차를 부수지 않고서는 절대로 우주선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레고블럭의 법칙이다. 우리의 간판기업들이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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