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그 결과를 통한 기술혁신으로 새로운 기술, 상품,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술혁신은 투자나 노력에 단순하게 비례하는 것이 아니고, 혁신에 참여하는 개발자, 기업가, 고객의 상호 작용과 기술 고유의 역동적이고 복잡한 속성에 따라 다양한 진화 궤적을 갖는다.

기술혁신에 관해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 개발자의 개발역량이 중요하냐, 아니면 적절한 수요와 용도가 더 필수적이냐는 논의는 꽤 오래된 주제이다. 기술혁신은 개발자들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때로는 원래의 필요와는 다른 궤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우주 탐사, 원자폭탄의 개발 등 국가적인 노력이 들어가고 조정이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는 명확한 목표와 성과관리가 제일 중요했지만, 민간기술의 혁신은 개발 당시의 필요나 계획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즉, 에디슨의 축음기는 기술개발 당시 에디슨 스스로가 제시한 10가지 용도에 "시각 장애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책을 녹음하는 일, 시간을 알려주는 일, 죽어가는 사람의 마지막 말을 보존하는 일, 어린아이에게 철자법을 가르치는 일"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음악을 보관하고 듣는" 그 후에 본질적인 용도라고 밝혀진 음향기기로의 용도는 제시되지 않았었다고 한다. 또 1769년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 역시 영국의 방직산업을 일으키고 산업혁명을 시작하고자 의도한 것이 아니라, 탄광에 고인 물을 뽑아내기 위한 배수 펌프의 동력이라는 소박한 용도로 시작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의 용도를 발견하거나 상업적 응용을 창출하는 것이 적절한 시점에 진행되지 못하면 성공적인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부의 창출은 철저히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일은 발명가나 고객보다는 건전한 기업가 정신을 소유한 기업가(Entrepreneur)가 가장 적합하다. 에디슨의 경우 필라멘트를 오래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전구를 발명한 후 그 당시 경쟁상품인 가스등과 비교한 전구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철저히 분석한다. 즉,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여 시장에 내놓은 단순한 발명왕이 아니었다. 가스생산시설, 가스관 등 인프라 보급이 막 시작되었던 가스기술에 비교하여, 전구가 가정의 조명기구와 가로등에 보급되려면 어떤 규모의 발전시설이 필요하고 어떤 송배전 시스템이 필요한지를 기업가적인 관점에서 계획하고 분석하여 가스등과 공격적으로 경쟁을 추진해 나간 능력있는 기업가이었다. 20세기의 빌게이츠 역시 IBM이란 대기업에 단순히 PC 운영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요소기술 공급자로 머물기를 거부하고, 마이크로 소프트웨어라는 브랜드와 독점 공급권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두지휘함으로써 고객과 기술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기업가로써의 자질을 보여준다. 인터넷 역시 초기에는 핵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방통신 기술 및 연구개발 네트워크로 계획되고 추진되었던 것을 정보통신 혁명의 엔진으로 쓰도록 발전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발전은 넷스케이프, 야후, 아마존, 델컴퓨터, 구글 등 기업가정신으로 충만한 다양한 기업들이 치열하게 사업을 개척한 것이 인터넷 기술개발 이상으로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20세기말과 21세기초 초 우리나라의 닷컴 버블을 반성하면서 IMF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너무나 많은 지원을 벤처와 과학기술계에 하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많아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건전한' 기업가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옥석 가리기의 실패야말로 진정한 실패 원인일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시점에는 그린 에너지, 탄소감소, 기후변화, 수소경제 등의 장밋빛 단어로 무장한 기업이나 기술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건전한 기업가 정신과 탄탄한 기업가 훈련을 갖추고 있는 진정한 실력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린 버블이 생기지 않을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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